산 넘어 산이다.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뒤돌아서고 싶다. 리더가 되면 좀 편해지나 싶었는데 올라갈수록 첩첩산중이다.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게 밟힌다. 말을 하면 확대 해석되고 말을 안 하면 의혹의 날을 세운다. 네 돈도 내 돈이고 내 돈도 내 돈이라는 깡패의 논리처럼 부하의 실수도 내 실수고 내 실수도 내 실수다. 게다가 리더의 실수는 실수를 넘어서 치명적인 주홍글씨가 된다. 늘 묵지근한 두통과 더부룩한 위통이 따라다닌다. 이러다 제명대로 못 살지 싶다.
원래 그렇다. 리더 자리는 외롭고 고통스럽고 험난하다. 리더 자리는 그 영향력의 크기만큼 무거움과 부담감을 어깨에 메고 있다. 그래서 왜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리더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고심했지만 ‘왜’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승진하니까 리더가 됐고 남들이 직함을 달리 부르니까 리더 자리에 올랐다. 그러면 문득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 짓을 하고 있나’라는 허무함이 밀려온다. 왜 리더가 되었는가? 월급 좀 올려 받고 나만의 방을 갖고 법인카드 마음대로 쓰려고 리더가 되었는가? 말단으로 있기 민망한 나이인데 회사가 마침 승진시켜줘서 부하 부리는 맛에 리더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과감히 뒤돌아서서 리더 자리를 박차고 나오자. 그건 본인도 고통스럽지만 여러 사람에게 민폐다. 더 받는 급여나 더 쓰는 접대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통과 고뇌와 고독이 리더를 괴롭힐 것이다.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태권도 단 따듯이 시간이 지나면 얻는 자리가 아니다. 일에 대한 사명감과 사람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조직과 인간의 가능성을 해방시키는 일에 가치를 부여한 사람만이 리더를 할 수 있다. 왜 리더가 되었는지 숙고해보자. 왜 해야 하는지가 확실하다면 무엇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는 차근차근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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