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대항해]올 한해 벤처여서 행복했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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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CEO>

 올 한 해 한국 벤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에 글로벌 금융위기 후 찾아온 기회를 잡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 많은 벤처인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하며 또한 새해 더 큰 ‘벤처 희망가’를 부를 준비가 됐다고 강조한다.

 ‘벤처’가 다시 화두다. 많은 벤처인의 열정과 애정 덕분이다. 그리고 그 선봉장 역할은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이 했다. 올해 초 서승모 전 벤처기업협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협회 수장을 맡게 된 그는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많은 변화와 혁신을 몰고 왔다. 대표적인 것이 ‘명품벤처론’이다. 한국 벤처가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외침이었다. 적지 않은 벤처인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그의 이 지론의 핵심은 대기업 하도급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들고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당당히 맞서 싸워나가자는 것. 수많은 벤처인들에게 자신의 현재 모습을 돌아보게 한 중요한 메시지다. 또 예비 창업자를 포함, 청년 기업가에게 강한 도전정신을 갖게 했다.

 ‘벤처 7일 장터’도 황 회장이 만든 성과물이다. 벤처는 생태계고 이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멘토-멘티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선배 벤처인들의 자문이 필요한 초기 벤처기업인들에게 큰 힘이 됐다. 나서는 것을 꺼리던 황 회장의 이 같은 행보와 발언은 올해 벤처업계가 그전과 다른 오늘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데 분명 일조를 했다.

 남민우 글로벌중견벤처포럼 의장도 빼 놓을 수 없다. 올 초 글로벌중견벤처포럼 출범은 황 회장이 이끌었지만 4월부터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포럼이 업계 선도 벤처 커뮤니티로 자리를 잡는 데 기여를 했으며, 중견벤처 육성정책을 포함 벤처 성장모델을 발굴하는 데 기여를 했다.

 도용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벤처캐피털 업계 수장으로 제2의 벤처 붐 조성에 큰 힘을 실었다. 정부의 모태펀드를 통한 지원이 실질적인 펀드 결성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았다는 평가다. 올해 벤처펀드 결성규모는 이미 1조5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신규 투자규모도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펀드 결성규모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며, 투자규모는 2001년 이후 최고치다. 도 회장은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벤처캐피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 뛰어다녔다. 올해 중국·일본 등 해외 벤처 및 벤처캐피털 유관 단체들과 협약을 체결했다.

 배희숙 여성벤처협회장은 여성 벤처업계의 일자리 창출과 기술도입을 위해 1년 동안 무진 애를 쏟았다. 정보가 취약한 여성 벤처인들에게 청년 채용 패키지 프로그램과 기술 고도화 활성화 사업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했다. 그는 특히 여성벤처가 현재에 머물지 말고 미래를 위해 기술 개발에 매진할 것을 강조하며 기술력이 뛰어난 대기업과 협력사를 회원사들에게 소개하는 데도 나섰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의 이영재 경영자협의회장도 올해 벤처업계를 빛낸 인물이다. 지난 3월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협의회 내실화와 회원사인 기업 목소리를 듣겠다며 3개월간 취임식을 미룰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그는 젊은 CEO가 이끄는 IT기업 간 협업을 유도, G밸리를 명품 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대내외 협력, 교육, 지식정보 등 전문 분과위를 재편해 친목단체를 넘어 기업의 실질적인 이윤을 만들어내는 협의회를 조성해나가고 있다. 최근 ‘하이서울 브랜드’ 대표자 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이 회장은 중소벤처기업의 협력 사례에 하이서울 브랜드를 결합해 국내 중소 IT기업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출범한 ‘YES(Young Entrepreneur Society) 포럼’ 김동신 초대의장도 크게 조명을 받았다. ‘한국 벤처의 미래가 밝고 희망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당당히 선언한 그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벤처 CEO들의 모임인 YES포럼을 이끌고 있다. 포럼은 과거 벤처 붐 이후 10년가량 시간이 지난 만큼 새로운 벤처·기업가정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그들의 시각에서 다시 써 보겠다는 취지에서 모였다. 김 의장은 “관악산과 에베레스트산 정상 정복을 위한 장비는 다르다. 우리는 글로벌 경쟁자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당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새해에도 벤처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 도용환 벤처캐피탈협회장 그리고 배희숙 여성벤처협회장의 임기가 내년 초 끝난다. 황 회장은 서승모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 중이다. 벤처협회장 경우 업계가 황 회장을 강력히 추대하고 있지만 본인은 아직까 지 고사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도 회장과 배 회장은 교체가 확실시된다. 이들을 포함, 많은 벤처인들이 보여준 벤처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분명 새해에도 벤처가 발전하는 데 커다란 씨앗이 될 것이다.

 

 ◆결산

 ‘벤처기업 수 2만개와 결성 벤처펀드규모 1조5000억원 돌파’ 그리고 ‘신규벤처펀드 1조원 돌파’.

 전자는 올해 이미 달성한 성과고, 후자는 예상되는 수치다.

 올해 벤처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체감할 수 없다’ ‘숫자일 뿐’이라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 올해 벤처는 주목을 받았고 벤처를 보는 시각도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 한때 거론을 꺼리던 정부가 과감히 ‘벤처’라는 단어를 꺼내들며 지원에 적극 나섰다.

 시작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오는 2012년까지 총 3조5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 창업기업·IT·녹색·신성장 등 미래 유망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2기 벤처기업 육성대책’이 발표된 것이다. 이는 벤처(캐피털)업계가 분발하도록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시장이 받쳐졌다. 올해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산업계가 술렁였다. 정부가 과감한 지원을 약속한 상태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자, 벤처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부는 이에 뒤질세라 8월 제2기 벤처기업 육성대책인 ‘청년 기술·지식창업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벤처기업 수는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청년 창업은 부진한 상황으로 이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고 무엇보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주도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유한 청년창업 부재 지적에 대한 대안이다.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술·지식·IT응용 3대 창의 분야에서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 개발, 자금 지원, 법·제도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담았다.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해 대학과 연구기관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청년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 아이디어 발굴부터 상품화까지 과정을 전반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이는 국내에 스타트업(Start-Up) 붐을 몰고 왔다. 정확히는 청년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다. 한국벤처의 선순환 생태계를 위해서는 스타트업(Start-Up) 기업을 챙겨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 이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지 않는 이상 성장동력원을 상실하게 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0년 전후 벤처 거품(버블)이 제거된 후 10년 가까운 세월, 한국경제는 이들 스타트업 기업이 차츰 사라져온 것을 간과해왔다. 그 결과가 벤처 CEO의 고연령대다. 10년 전인 1999년 20·30대 벤처기업가 비중은 58%로 절반을 크게 넘었다. 그러나 이 비중이 2009년에는 11.9%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반면에 50대 이상 비중은 급격히 늘었다. 다양한 CEO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2008년 기준 벤처기업 CEO 가운데 학생, 교수, 연구원 출신은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81.3%가 일반기업체 출신이다.

 다행히 분위기는 살아나고 있다. 스마트폰·스마트TV·스마트카·스마트시티 등 스마트혁명에 젊은 대학생들과 연구원, 교수들이 움직이고 있다. 과거 인터넷을 기반으로 벤처 붐이 일었다면 이번에는 모바일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제2의 붐이 나타날 태세다.

 이달 초 열린 ‘스타트업 포럼 2010’에는 500여명의 예비 스타트업 창업자를 포함 벤처인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청년 스타트업기업들이 대기업과 함께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디어·기술은 있지만 낮은 인지도, 경험 부족으로 해외 시장에 당당히 나서지 못하는 젊은 청년 CEO들을 챙기겠다는 것. 정부는 새해 중소기업 정책자금도 이들 스타트업 기업에 대개 집행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포럼에서는 여러 중요한 메시지가 확인됐다. 첫째 과거와 달리 막대한 자금이 없어도 창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경쟁의 속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는 실패는 더욱 소중한 경험이 돼야 한다. 한번 실패한 벤처인들이 다시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

 2010년 올 한 해 우리 벤처업계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고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게 됐다. 새해는 스마트 혁명이 더 심화한다. 기술·아이디어로 빠르게 대응하는 벤처가 더 주목받는 이유다. 이들이 맘껏 날개를 펼 수 있도록 각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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