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는 올해 ‘상고하저’의 전형을 보여준 한 해였다. 상반기 반도체·디스플레이·LED 모두 호조를 보였다가 하반기 들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큰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 미국 더블딥 등 대외적인 변수에 따른 세트산업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한 D램 값은 삼성전자·하이닉스에 날개를 달아줬다. 3분기까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반도체 부문 누적 영업이익은 각각 8조3000억원, 3조원에 이른다. 매출 역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트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해 지난해 대비 60% 가까이 성장한 283억달러, 하이닉스는 72% 성장한 104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축배를 마시려는 찰나 9월 시작된 급격한 가격하락으로 내년은 적자를 걱정할 처지가 됐다. 지난해 5월 2.72달러에 거래됐던 1Gb DDR3 D램 가격은 9월 말 1.97달러로 2달러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12월 말에는 0.97달러까지 하락했다. 7개월 만에 70%, 3개월 전보다는 50% 가까이 하락해 하락률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또 다른 축인 팹리스 기업들은 올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적인 경기 호조에도 엠텍비젼·티엘아이·텔레칩스 등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하는 ‘1000억 클럽’ 기업도 2004년 이후 2개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1개 기업에 그칠 전망이다. 장비 분야는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이 예상된다. 반도체·LCD·LED·태양광 등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주성엔지니어링·아이피에스·아토·케이씨텍 등이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평판디스플레이(FPD) 시장은 ‘상고하저’ 현상과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가 확실하게 자리잡은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 심혈을 기울였던 중국 LCD 진출 노력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모두 사업권을 거머쥐면서 해피엔드로 끝마치게 됐다.
상반기 LCD 시장은 지난해 말에 이어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의 세트 판매가 호조를 보인데다 남아공 월드컵 특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LED 3DTV 등 신제품이 본격 출시되면서 신시장도 열렸다. 게다가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를 계기로 고급 중소 패널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슈퍼 아몰레드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 브랜드까지 작명될 정도였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유럽재정 위기로 인해 수요가 둔화되고 세트 업체들의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패널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패널 가격 하락 및 공급 과잉은 올 4분기 바닥을 찍고 내년 1분기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SMD가 시장을 석권한 AM OLED는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돌풍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출시 6개월 만에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한 스마트폰 갤럭시S에 탑재되면서 AM OLED는 1년 내내 공급 부족 상황이 계속됐다. 이 같은 공급 부족은 새해 2분기 가동을 시작하는 세계 최초 5.5세대 AM OLED 라인이 완성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LED 분야 역시 사상 유례없는 상반기 성수기가 무색하게 하반기 들어 극심한 침체기로 돌아섰다. 그동안 LED 수요 확대를 견인하던 ‘LED TV’ 판매량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탓이다. 3분기 들어 업체별로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지는가 하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곳도 다수다. 그러나 4분기 말부터 수요가 다소 살아나고 있고, 일부는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6인치 대구경 공정 전환을 통해 역전을 시도 중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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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