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이은 우리 군의 연평도 해안 사격 훈련 대응이 이어지며 한반도 정세에 불안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긴장감을 조성한 배경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3남 김정은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한다. 후계자인 그가 얼마전 “3년 내 쌀밥에 ‘고깃국’을 먹도록 해주겠다”고 경제 회의석상에서 말해 ‘북한 정권이 3대째 고깃국 타령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먹는 문제가 시급한 사람도 있다. 최근 40대 이혼여성이 어린 딸에게 ‘고깃국’을 먹일 생각으로 식료품점에서 한우 양지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실직으로 수입이 끊기면서 벌어진 일이다.
고깃국에 얽힌 이야기는 오늘만이 아니다. 춘추시대 때 진문공의 고깃국 일화가 있다. 그는 천하를 호령했지만 왕위에 오르기 전 왕위 계승권 싸움에 밀려 19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하며 갖은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가 아사지경에 처했을 때 신하인 개자추가 준 고깃국 한 그릇으로 배고픔을 달랬는데 고깃국 출처가 개자추의 허벅지 살이었다.
삼국지 유비도 여포의 공격을 받아 혈혈단신의 몸으로 산속으로 도망쳐 배고픔에 고통을 겪던 때가 있었다. 유비는 당시 산중에 한 초가 집에 사는 사냥꾼 유안으로부터 고깃국을 대접받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유안이 아내를 죽여 허벅지 살을 바쳤다고 한다.
헐벗고 배고픈 사람 입장에서 고깃국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최고의 보양식이자 가난과 고통을 벗어나게 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대인 우리 사회에서 고깃국은 고도 비만의 원흉으로 종종 거론되고 있지만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김정은의 고깃국 발언을 헛웃음으로 흘려버릴 수만은 없다. 쌀밥에 고깃국은 그만큼 절박한 북한의 속내를 드러낸다. 연말이다. 우리 사회에도 아직도 쌀밥에 고깃국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주위를 돌아보자.
보안팀장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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