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생겼다. 상사가 펄펄 뛰며 깨는 통에 웬만한 일은 보고 안하고 내 선에서 끝냈는데 이번 일은 사태가 꼬였다. 해결하고 나서 보고하려던 일이 끌어안고 있는 동안 눈덩이 불 듯 불어버렸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면 좋으련만 자랑거리와 성공담은 슬쩍 넘어가도 실수와 사고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다. 손실을 은폐하고 비난을 모면해 보고 싶지만 이번엔 걸려도 된통 걸렸다.
애도를 표한다.
이번에만 된통 걸린게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불거질 것이다. 수시로 보고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상사의 비난을 싫어하는 근본문제부터 해결하자. 비판은 환영해도 비난은 싫다는 사람이 있다. 비난하는 화자도 문제지만 비난 속에서 비판을 가려내지 못하는 청자도 문제다. 필터로 걸러내며 사안에 집중해야 하는데 감정에 얽매여서 상황만 모면하려 들면 안된다. 상사는 내가 싫어서 펄펄 뛰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가 심각해서 펄펄 뛰는 거다. 상사가 호통을 치는 것은 내가 미워서가 아니라 이 문제가 염려스러워서다. 이 점을 놓치고 부하가 감정적 불쾌함을 피하기 위해 자꾸 문제를 덮으려 들면 문제도 골치 아픈데 사람마저 미워진다.
상사는 문제 때문에 당황스럽고, 왜 이제서야 그것을 보고하는지 때문에 황당해진다. 상사 두번 죽이지 말고 제때 제때 보고하자. 있는 그대로 보고하자. 부하가 있는 사실을 그래도 전달해야 상사가 제대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모르시는게 낫겠지, 미미한 문제니 넘어가자, 알아봐야 걱정만 늘겠지, 오늘은 바쁘신 것 같아’ 등의 지레 짐작은 상사의 그것과 다를 확률이 높다. 넘겨짚지 말고 보고하자. 특히 안 좋은 소식은 즉시 보고해야 한다. 그래야 내 손에서 상사의 손으로 넘어간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내년 '생성형 AI 검색' 시대 열린다…네이버 'AI 브리핑' 포문
-
2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3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4
모토로라 중저가폰 또 나온다…올해만 4종 출시
-
5
[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비트코인 전략자산' 후속 전개에도 주목할 필요 있어
-
6
역대급 흡입력 가진 블랙홀 발견됐다... “이론한계보다 40배 빨라”
-
7
LG전자, 대대적 사업본부 재편…B2B 가시성과 확보 '드라이브'
-
8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
9
현대차, '아이오닉 9' 공개…“美서 80% 이상 판매 목표”
-
10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