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으로부터 140㎞ 떨어진 쑤저우시 고신공업구에 위치한 ‘쑤저우 라켄 테크놀로지(이하 라켄)’.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9월 LG디스플레이와 대만 암트란이 합작 설립한 LCD 모듈 및 TV 위탁제조(EMS) 전문업체다. 라켄은 지난 3분기 세계 TV 시장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바로 라켄의 주요 고객사인 ‘비지오’가 북미 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 이 같은 비지오의 돌풍은 가격 경쟁력과 함께 뛰어난 품질을 동시에 갖춘 TV라는 강점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비지오의 강점은 라켄이라는 탄탄한 생산 파트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기자가 라켄 공장을 찾은 지난 16일에도 전 라인은 풀가동되고 있었다. 특히 한 개의 공장에서 백라이트유닛(BLU) 조립에서부터 TV 세트 완성까지 가능한 세계 최초의 생산 모델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라켄 공장의 최대 강점은 생산 프로세스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하나의 공장에서 BLU와 LCD 모듈, TV를 일괄 생산할 수 있는 수직적 통합 생산 라인인 것이다. ‘BMS’ 라인으로 명명된 이 같은 공정은 부품과 TV와 모니터 조립까지 통합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이뤄진다.
우선 공장 1층에서 LCD 광원인 냉음극형광램프(CCFL)와 발광다이오드(LED) 조립부터 도광판 부착 등에 이르는 BLU 생산이 한치의 오차 없이 이뤄진다. 이 라켄 공장에는 LG디스플레이의 BLU 제1협력사인 희성전자가 동반 진출해 있다. 1층에서 완성된 BLU는 컨베이어를 통해 2층 LCD 모듈 및 TV 조립라인으로 자동 운반된다.
김병수 라켄 사장은 “부품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한 곳에서 모두 이뤄지기 때문에 포장 및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며 “생산량을 빠른 시간에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어 재고 관리가 용이하고 생산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고객사에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32인치 TV의 경우 5달러에서 10달러 정도의 생산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LCD 패널과 EMS 업체가 공동으로 TV 디자인 및 개발을 수행함으로써 생산 효율성도 대폭 향상시켰다. TV 개발 과정에서 부품 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밀접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해 올해의 경우 제품 반품률이 30% 이상 줄어드는 성과도 거뒀다.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라켄은 올해 600만대의 TV 세트를 생산했다. 또 LG전자·스카이워스·PCL 등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는 성과도 거뒀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26억달러로 출범 2년만에 쑤저우 공업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내년에 제2공장(R2)을 본격 가동, 34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또 3DTV 공급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LG전자와 ODM 방식 LED TV 생산을 진행하는 등 ODM 메이커로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권복 LG디스플레이 부사장(시스템솔루션사업부장)은 “내년 전체 TV 시장에서 아웃소싱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35% 수준이 되고, 그 비중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며 “라켄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TV 아웃소싱 시장의 주력 업체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쑤저우(중국)=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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