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무료백신 홍역 앓는다

 중국 개인용 PC 백신 시장에 무료 백신이 널리 퍼지면서 유료 백신 업체가 홍역을 앓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거대 포털 치후(Qihoo)가 계열사인 ‘360’에서 내놓은 무료 백신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유료 백신 공급 업체들이 개인용 PC 백신 사업을 포기하는 등 개인용 PC백신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말 국내에 알약을 비롯한 무료백신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개인용 유료 백신시장이 반 토막 났던 때와 유사한 상황이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360’은 지난 2008년 말 ‘360세이프티가드’와 ‘360안티바이러스(AV)’를 무료로 출시한 데 이어 ‘세이프웹브라우저’, ‘360모바일시큐리티’, ‘360 취약점 관리툴’ 등을 차례로 무료로 내놓으면서 2년 만에 중국 개인용 보안 SW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360시리즈 등장 전 개인용 백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중국 보안업체 루이싱(Rising)을 비롯 외산 업체의 판매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중국이 인터넷 사용자 수가 4억명이 넘는 거대 시장인 만큼 중국은 물론이고 주변국의 보안 소프트웨어(SW)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360이 키워드 검색 광고와 유료 SW 다운로드 수익을 바탕으로 무료 백신 시리즈로 무차별적 공세를 펼치자 중국 내 보안업체들은 기업용 보안SW 공략으로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네이탄 왕 카스퍼스키랩 기술본부 부사장은 “개인 사용자가 백신의 성능에 상관없이 360 무료백신 시리즈로 돌아서면서 1위를 달리던 루이싱은 개인용 백신 사업을 중단할 위기에 놓였다”며 “불법 복제 SW까지 포함해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카스퍼스키랩만이 겨우 살아남은 정도”라고 설명했다. 카스퍼스키랩 중국지사는 이탈하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한 달간 1년 라이선스 무료 제공 행사를 진행, 성능 및 서비스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막심 미트로킨 카스퍼스키랩 이사는 “거대 시장인 중국에 무료 백신이 풀리면서 개인용 백신 시장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면서 “기업용 백신과 통합보안솔루션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중국)=이경원기자 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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