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경영노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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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계의 선두주자인 주성엔지니어링을 이끌고 있는 황철주 사장(51) 집무실에는 벽면 절반을 차지하는 큼지막한 세계 지도와 함께 600여명에 달하는 전 직원의 사진이 붙어 있는 현황판이 나란히 걸려 있다. 이 현황판은 모든 직원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챙기는 황 사장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단초다. 이처럼 황 사장 경영 철학의 기본에는 항상 사람, 즉 ‘직원’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1995년 창업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버리지 않은 신념이다.

“한 기업의 CEO로서 직원을 대하는 마음은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조금씩의 불만은 있지만 깨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은 ‘신뢰’와 ‘사랑’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CEO와 직원들의 관계가 그러해야 회사가 영속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황 사장은 이 같은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직원 개개인의 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3년 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신의 철학을 발표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그는 “모든 직원들이 ‘나는 무엇 때문에 일하고, 삶의 목표와 철학은 무엇인갗에 대해 발표해 보니 그동안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를 공유하는 조직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며 “이를 통해 직원들의 삶의 목표가 상향되고, 기업의 철학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공감대는 곧 회사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황 사장은 또 직원들이 세계에서 가장 잘살고 존중받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자기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일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사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은 직원들의 희생을 통해 성장했다”며 “이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까지 유효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소득 4만달러 이상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문화가 창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이 갖고 있는 직원들 간의 협업에 대한 정의도 독특하다. 두 명의 직원들이 협력하면 두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합친 결과물이 아니라 5명이 협업하는 결과물이 도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황 사장은 “1995년 창업 이후 창조적인 제품으로 세계 1등과 경쟁한다는 의식으로 연구개발은 물론 모든 업무를 진행해 왔다”며 “이 같은 정신으로 두 명의 직원이 협력하면 5명이 일하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사업장 곳곳에 ‘1+1=5’라는 슬로건을 걸고 직원들의 마음에 이 같은 의지가 자리잡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 같은 황 사장의 경영철학은 새로운 시장에서 커다란 열매로 이어지고 있다. 바로 태양광 장비 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 주성엔지니어링은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태양광 장비 수주가 이어지면서 지난 3분기에 매출 1532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이미 3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올해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황 사장은 “그동안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서는 산업의 폐쇄성으로 인해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력보다 성장이 늦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새로운 시장인 태양광 시장에서는 실력만큼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태양광 장비 수주 경쟁에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등 고객들이 우리 제품에 신뢰를 갖기 시작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내후년까지 이어져 국내 장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사장은 “주성엔지니어링의 직원들은 올림픽에 나가는 국가대표와 같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며 “존중받는 직원과 존중받는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마지막으로 “산업 인프라와 문화를 만드는 것은 기업들의 역할”이라며 “이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물론이고 태양광 장비 시장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퍼스트 무버가 되어 세계 시장을 선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는 작지만 강단 있는 황 사장의 얼굴에서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과 거인의 풍모가 동시에 느껴졌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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