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고급 소프트웨어(SW) 인력들은 한국을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엄청난 조건으로 인도 SW 인력을 영입해도 이들을 활용할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고건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30일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로 인도 SW 인력들이 대거 국내에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인도 SW인력들은 한국 IT업계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고 교수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한-인도 CEPA 체결에 따른 국내 SW 산업 분야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연구 조사를 토대로 한 것이다.
고 교수는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SW 관련 인력은 점점 더 부족해질 것이 뻔한데, 이를 해결하자면 글로벌 인력들의 활용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런데 해외 고급 인력들이 한국에서 근무하는 것을 꺼린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은 이미 몇년 전부터 글로벌 SW 인력 확보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 인도 SW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낮은 비용으로 우수한 인도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따라서 인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조선족이나 베트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몽골, 터키 등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지만, 설사 이들을 영입한다고 해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관리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고 교수는 지적했다.
고 교수는 “국내 SW 시장의 생태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만 해외 인력들이 유입될 것이고 국내 SW 산업도 성장을 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국내 SW 개발 프로세스가 선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업계를 예로 들며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각 단계별로 철저하게 검증 작업을 거침으로써 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W 개발에서도 개발 공정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등 공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SW가 국가 경제에서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SW 관련 시장 질서를 개편해야 한다”며 “우선 공공부문의 SW 개발 방식에서부터 공학적 접근을 통해 SW 품질 향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해외 SW 인력의 유입을 위한 출입국제도 개선과 SW 엔지니어링 관련 교육 과정 강화 등도 필요한 과제로 제기됐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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