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대우증권)’ ‘북한 리스크 오래간 적 없다!(하나대투증권)’ ‘D+3일 가격은 복원되었다.(LIG투자증권)’ ‘진돗개는 위기를 극복할 것.(대신증권)’
24일 주식시장 개장(오전 9시) 전 발표된 북측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주요 증권사 리포트 제목이다.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이 당일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일각에서는 이날 대폭락을 예상하며 ‘휴장’까지 거론했지만, 증권사들의 전망처럼 이날 주가는 0.15%(2.96포인트) 소폭 하락에 그쳤다. 원달러 환율 역시 소폭인 4.8원 오른 1142.3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코스피지수는 2.33%(45.02포인트) 크게 빠지며,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이후 낙폭을 빠르게 줄였다. 전날 터진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 소식에 상하이지수가 2% 가까이 급락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가가 조정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북 악재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도 똑같은 흐름이었다. 역외환율의 급등 여파로 전날보다 37.50원 폭등한 117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이후 달러화 매물이 쏟아지면서 크게 떨어졌다.
대규모 악재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은 데에는 이번 사태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서다. 투자자들이 전례를 보며, 이번 악재도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확신한 것. 여기에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북한의 포격이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하는 데 일조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식시장의 핵심이었던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북한 관련 사태의 증시 영향은 대부분 단기간에 마무리됐던 기억 역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추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것을 주문하는 메시지도 나왔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대포소리에 주식을 사라’라는 증시격언을 들며 “과거 북한 리스크 노출 시점은 주식비중 확대의 기회가 된 사례가 더 많다”며 “매도할 시점은 시장이 추락하기 이전이지 추락한 다음이 아니다. 오히려 상황에 역행하는 투자 결정이 필요한 구간”이라고 밝혔다. 최운선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대북 위험이 부각되고 가격의 급변동이 발생하는 흐름도 있었으나 평균적으로 볼 때 사건 발생일 이후 평균 3일째 종가는 발생일 전일 종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가 하락 변동성을 역이용한 투자를 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대투증권이 이날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주요 북한 악재가 발생했을 당시 대부분 5일 이내에 충격이 해소되면서 주가는 발생 이전으로 돌아갔다. 1999년 6월 15일 1차 서해교전 당일 코스피 지수는 2.21% 하락했으나 다음날 바로 회복했으며, 2005년 2월 11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표 당일에도 0.21% 소폭 하락했지만 다음 거래일에 만회했다. 2006년 10월 9일 북한 핵실험의 경우에도 당일 2.41% 빠졌으나, 7거래일에 모두 회복했다. 금요일 장 마감 후인 3월 26일에 터진 천안함 침몰 사태의 경우 다음 거래일인 29일 0.34% 하락했지만 다음 거래일에 모두 만회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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