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호프만의 실리콘밸리 미래] 소셜 미디어와 스토리텔링

실리콘밸리는 기술이 지배하는 곳이다. 편의점 계산대 옆에는 껌, 신문 등과 함께 메모리칩이 진열돼 있다. 사실 실리콘밸리에 깊숙이 배어 있는 엔지니어적 사고 방식으로 보자면 마케팅이나 스토리텔링이란 말은 얄팍한 개념이다. 엔지니어 논리대로라면 소비자는 제품 특징을 보고 그 중 최상의 제품을 고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 선택이 그렇게 간단히 이루어지지 않는 데 있다. 게다가 실리콘 밸리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 회사가 만드는 상품이 디지털 음악기기이든, 서버든, 아니면 반도체 소자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개성을 가진 회사에 보다 끌리게 마련이다. 바로 기술 뒤에 실제로 이를 만들어내는 ‘인간’이 존재함을 보여줄 때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소셜 미디어다. 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은 이전엔 상상도 못했던 방법으로 사무실 밖 세계와 소통한다. 아주 쉽게 한 회사의 ‘얼굴’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소통이 화두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인텔을 예로 들어보자. 인텔은 작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6조4000억원) 연구 개발비를 집행했다. 아마 인텔만큼 많은 수의 기술 개발 제품을 선보이는 회사도 드물 것이다. 지난 수년간에 걸친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을 지속해왔다.

그 안에 정확히 무엇이 있다는 건가. 바로 소수 특정한 사람만 이해하는 매우 빠른 처리 속도를 가진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장 빠른 칩이기에 가능한 접근이다. 하지만 AMD나 ARM과 같은 경쟁사가 속도 경쟁에서 인텔을 추격하거나 인텔 속도를 뛰어넘는다면 과연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인텔이 브랜드 구축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는 이유다. 인텔은 자사의 과학자나 직원을 활용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사를 인격화하고, 회사의 ‘얼굴’을 만들어 인텔만의 확고한 특징을 각인시키고 있다.

이제 지금 막 떠오르는 트위터를 살펴보자. 새로운 소셜 플랫폼을 선보이며 페이스북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얼굴’을 만드는 작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곧 가시화될 것이다.

지난 10월 딕 코스톨로(Dick Costolo)가 새로 트위터 CEO로 부임했을 때, 언론은 그의 경영방식과 리더십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모두 코스톨로가 가진 특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앞으로 트위터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 하는 것을 간과했다.

그는 타고난 스토리텔러다. 어떻게 스티브 잡스가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에서 스스로를 인상 깊게 각인시키는지를 항상 눈여겨 보았다. 코스톨로는 지난 2007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회사의 목소리를 만들자’라는 포스팅에서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다. 포스팅은 온라인 판매회사인 무스저닷컴(Moosejaw.com)에 의류를 주문한 뒤 받은 회사 사장의 감사 메일을 언급하면서 시작된다.

재미있는 글이다. 나는 이 글 때문에 이 회사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다. 좀 우스꽝스럽나. 그럴 수 있다. 유치한 글이고 미리 쓰여진 글이어서 누구나 다 받는 메일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 나는 왜 이 글 때문에 회사 매력에 더 빠진 걸까. 사람들은 자신만의 성격을 가진 회사를 훨씬 더 좋아한다. 개성이 있는 회사의 고객이 되는 건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성격을 갖고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회사는 참으로 드물다. 성격을 드러내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 아닌가. 회사들이 개성을 부여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드러내고 싶지 않아한다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겠다. 코스톨로가 앞으로 트위터를 어떠한 개성을 가진 회사로 일궈낼지, 그리고 스스로 어떻게 회사의 ‘얼굴’로 자리매김하게 될지 주목된다.

아직은 실리콘밸리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술에 인간미를 더하고 회사에 개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본격화되었다고 하기엔 이르다. 앞서 언급한 인텔·트위터와 같은 기업의 노력 덕에 실리콘밸리는 지금 기술의 진보만큼이나 빠르게 기술에 인격을 불어넣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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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호프만 호프만 에이전시 사장(lhoffman@hoffm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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