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대국2010] 세계 4대 부품소재 강국 꿈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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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국별 부품소재 산업 수출입 추이

지난 9월 30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선 국내 부품소재산업 역사에 전환점이 될 행사가 마련됐다. 월드프리미엄소재(WPM) 개발단 10개 사업단 대표기업과 참여 중소기업 대표자 등 170여 기업 임원이 한자리에 모여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WPM 사업단의 출범이 현재 소재 분야 세계 6위인 우리나라가 2018년 세계 4대 소재강국 진입을 향한 소중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정부도 지속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는 소재 개발 및 시장 창출을 위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이끌어 주는 모범적인 상생협력 모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부품소재 산업은 지난 3분기까지 국내외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에도 수출 1680억달러, 무역수지 571억달러 흑자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는 역사상 최대 수출이자 최대 흑자폭이다. 부품·소재 수출은 12개월 연속 작년대비 두 자리 수의 큰 증가세를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품 소재 산업의 현주소는 일본의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대일 무역수지는 3분기까지 18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무역수지 흑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더욱이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해 141억달러 대비 적자폭이 29.7%나 확대됐다. 우리나라 수출이 늘어나면서 핵심소재와 부품의 대일 수입이 따라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의 부품산업이 멈추면 삼성전자나 LG전자의 IT·가전 산업도 나란히 멈춘다”는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우스갯소리를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완제품에서 일본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부품소재로 갈수록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은 우리가 경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의 기술속도도 한국을 추격하면서 우리나라로선 샌드위치에 놓인 상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부품소재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0년 3.5%에서 2007년 10.2%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WPM, 부품소재 강국 도약 선언=WPM 사업단 발족은 이러한 위기 구조를 탈피하자는 정부와 업계의 의지가 담겼다. 글로벌 경쟁의 위기를 넘어 세계 시장을 겨냥해 한단계 도약하겠다는 게 WPM 사업의 발족 이유다.

WPM사업은 2018년까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거나 시장을 창출하고 지속적인 시장지배력을 가질만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용화 소재에 총 1조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이에 맞물려 기업들도 같은 기간 10조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목표는 단일 상품 세계시장 규모가 최소 10억달러(1조원) 이상인 곳에서 2018년까지 시장점유율 30% 이상, 약 40조원의 매출 달성이다. WPM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핵심소재 기술 수준도 선진국 대비 60%정도에서 2018년까지 9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우리 정부가 부품소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부품소재에 대한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예로 액정, PDP, OLED 등 평판 디스플레이는 한국·일본·대만 3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핵심 부품 소재는 일본 업체가 독과점하고 있다. 필름에선 니토덴코, 반사방지필름은 다이니폰인쇄, 투명수지필름 일본제온, 유리기판은 호야, 도금기판은 스미토모금속 등이 세계시장의 60∼90%를 장악하고 있는 식이다. 부품소재의 경우 완제품 대비 시장규모는 작지만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 외부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가격 지배력 확보가 가능하다. 독과점 시장이 형성될 경우 후발주자가 따라가기 쉽지않아 선두기업 의존비중이 커지면서 선두기업은 높은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구조다. 또 부품소재 국산화율을 높이면 수입품을 대체해 완제품 제조업체로서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원동진 지경부 부품소재총괄과장은 “부품소재에서 국산화비중이 높아진다면 산업의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미래 잠재성 분야에 투자 집중=부품소재가 제아무리 가치있는 ‘황금알’이라도 우리 기업이 모든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 수는 없는 게 노릇이다. 우리나라로서는 글로벌 경쟁국 기업 대비 투자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도하는 WPM사업도 10개 사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WPM에 선정된 면면을 살펴보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우리가 그간 시장을 주도해오면서 미래 시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화질의 손상이나 저하 없이, 휘거나, 구부리거나, 돌돌 말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삼성·LG 등 우리나라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분야다. 이 제품을 상용화하면 기존 디스플레이를 대체해 손지갑에 접어 넣고 다니다가 수시로 꺼내 읽을 수 있는 전자책, 디스플레이를 돌돌 말아서 가지고 다닐 수 있어 휴대성이 탁월한 초소형 PC 등 휴대용 IT제품의 혁명을 이끌 수 있다. 세계 시장규모도 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부품소재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선점하면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는 성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LG이노텍을 주관기관으로 국산화를 추진하는 초고순도 실리콘 카바이드(SiC)도 시장성이 큰 분야다. SiC는 고효율 전력변환 에너지 반도체와 LED·반도체 공정에 적용 가능한 세라믹소재다.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태양전지, 전기자동차, 반도체 등에 활용되며 원가비중도 30%에 이른다. 세계시장 규모도 3조7000억원 가량으로 5000명의 신규 고용인력 창출효과도 기대된다. WPM프로젝트는 대기업과 중소업체 또 이업종간 상생협력을 추진하는 장이 되고 있다. 삼성SDI를 중심으로 구성된 2차전지 컨소시엄은 총 19개 참여기업중 15개 중소기업이고, 프랑스의 샤프트 등이 수요기업으로 참여했다.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필요=WPM이 타사업과 구별되는 또 다른 점은 개방형 혁신구조를 채택한 점이다. 최근 발족된 WPM 사업단은 기술 유출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세계 각국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칫 국내 기술에만 의존할 경우 기술 개발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세계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물안의 개구리’ 처럼 밖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홍순형 지식경제부 R&D전략사업단 MD는 “사람도 제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혼자서 모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세계에 내다팔 제품을 만드는 만큼 열린 기술개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우리가 세계를 상대로 열린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면 시장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스]부품소재 강국 일본의 힘은 R&D와 장인 정신

대표적인 가전 강국 일본이 세계적인 부품 소재 강국으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일본 기업이 가공 조립 영역은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이관하고 고부가가치의 부품소재를 강화하는 사업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을 제치고 반도체와 가전 등 완제품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일본은 고부가가치의 핵심소재와 부품을 싹쓸이하는 게 현실이다.

IT 분야에선 액정과 반도체용 재료에서 일본 기업은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호야가 유리기판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고, 데이진 DVD 기판, 아사히유리 PDP 기판, 히타치 금속 금속소재, 스미토모금속이 도금기판 등을 80∼90%가량 점유하고 있다. 또 휴대폰의 적층세라믹콘데서(MLCC)와 수정 부품에선 무라타제작소, 다이요, 교세라, 긴세키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IT 분야 뿐이 아니다. 항공기 기체의 약 35%는 일본 부품 업체가 담당하고 있으며 항공기 경량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탄소섬유 복합재료에서도 일본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종제품의 심장은 일본에 남겨두고 저부가가칟범용기술로 할수 있는 조립공정은 인건비가 낮은 중국·동남아로 이관하면서 부품소재와 기계장비 수출을 통해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일궈내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 기업이 부품소재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던 데는 일본기업 특유의 R&D 투자와 장인 정신이 발휘된 때문이란 분석이다.

일본기업의 연구개발비가 매출 대비 2.68%인데 반해 한국은 2.49%에 불과하다. 연구개발비의 절대규모는 물론이고 상대적 비중도 일본은 여전히 한국에 앞서고 있다.

기술획득 방식도 다른 나라가 따라하기 힘든 협업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R&D를 벤처기업이 담당하고 한국 등 아시아 국가 대기업과 연구소, 대학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R&D와 생산현장이 일체화됐다. 또 최종재 기업과 부폼소재 기업이 협업을 통해 기술을 획득하는 구조다. 단카이 세대의 대량 퇴직과 인구감소를 배경으로 일본은 수요 공급 업체간 기능 계승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식 부품소재 육성을 무조건 따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에 국내 내수시장 만해도 우리나라의 3∼4배를 훌쩍 뛰어넘는 시장성이 기본이 되고 있다”며 “일본과 부품소재에서 맞서는 전략을 펴기보다 국내 수요가 큰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투자를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스]LG화학, 대표적 정보전자 소재 기업 우뚝

세계적인 석유화학기업으로 알려진 LG화학은 최근 정보전자소재 사업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리튬이온 2차전지를 비롯해 LCD용 편광판 등 정보전자소재사업을 핵심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하면서 디스플레이 소재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러면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소재산업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LCD용 평광판이다. LCD용 편광판은 부동의 1위였던 일본의 니토덴코를 제치고, 지난 2008년 이후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10년 가까이 앞서 진출한 일본 업체들을 독자적 기술과 마케팅 전략으로 하나 둘씩 무너뜨린 결과다. 1997년 개발검토 당시 LG화학은 일본의 편광판 생산업체에 기술이전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한 후 독자적 기술 개발로 전환한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 현재 LG화학은 중국 난징과 베이징을 비롯해 폴란드와 대만에도 후가공 공장을 가동 중이다. LG화학은 편광판 사업을 본격 시작한 2000년 60억원의 매출로 시작해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끝에 현재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LG화학은LCD용 감광재 사업에서도 글로벌 메이저업계로 자리잡았다.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독자 기술을 통해 LCD용 감광재 양산에 성공한 LG화학은 지속적인 R&D투자를 통해 명암비와 휘도에 있어 업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고, 현재 국내 외에 대만, 중국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97년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 받고 있는 OLED분야의 핵심 소재인 발광소자 R&D를 시작해 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지난 2004년부터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OLED조명사업으로의 사업 확장도 현재 검토 중에 있다.

LCD용 유리기판 사업도 본격 추진한다.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독자 기술력을 기반으로 편광판, 감광재, 프리즘 시트 등 LCD용 핵심소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창출한 성공 경험과 대규모 투자를 위한 충분한 자본력을 보유하며 자신감을 쌓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파주 월롱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LG 파주 첨단소재단지`에 2018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총 7개의 LCD용 유리기판 생산라인을 건설, 연간 5000만㎡이상의 유리기판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장건설에 들어가 2012년초에 1개 라인을 완공해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엔 정밀·특수 유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 ‘쇼트(Schott)’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이를 통해 LCD용 유리기판 사업에서 2018년 매출 2조원 이상을 달성해 세계적인 유리기판 제조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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