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놀라게 할 우리만의 무선기술들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정성한 SH모바일 사장(44)은 휴대폰 전문가다. 본인이 직접 휴대폰을 설계하고 만드는 개발자 출신인데다 그동안 성과도 화려하다.
1999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무선사업부에 입사한 뒤 그는 `듀얼폴더 LCD폰` `CDMA 1X폰` `VOD폰` `800만 화소폰` 등을 만들어냈다. 모두 `세계 최초`란 수식어가 붙는 휴대폰들이다.
성과가 우수한 직원에게 주는 삼성 통신인상을 받을 만큼, 이른바 잘 나가는 휴대폰 개발자였지만 창업을 위해 2008년 퇴사를 선택했고 같은 해 무선 솔루션 업체인 SH모바일을 창업했다.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기업이지만 `대외적인 노출을 미뤄 달라`는 거래처의 요청을 받을 만큼 알짜 기술과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 외에도 직원들이 휴대폰을 다뤘던 사람들이라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SH모바일이 내놓은 건 휴대폰 검사장비다. 모든 제품이 그렇지만 제조사가 휴대폰 한 대를 소비자에게 판매하기까지 수많은 검사 과정을 거친다. 안전하고 오래 쓸 수 있는 휴대폰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검사 과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또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그 수 역시 늘어나게 된다. 자연스레 검사 비용은 높아지고 제조사의 비용 부담은 커진다. SH모바일은 이런 검사 과정 및 비용을 대폭 줄인 장비로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례로 개발 및 제조 현장에서 필수품처럼 된 외산 장비가 있다. 정확한 성능으로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 그렇지만 비싸다. 무선랜(와이파이) 기능을 검사하는 장비만 해도 대당 1억원을 호가한다. SH모바일은 외산 장비 대비 10분의 1 수준의 저렴한 제품을 만들었다. 현재 국내 굴지의 휴대폰 제조업체에 납품돼 현장에서 가동 중이다.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성능도 인정받은 것이다.
“경쟁사들이 견제하기 시작한 걸 보면 우리 회사가 조금 알려진 것 같습니다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정성한 사장과 SH모바일이 처음부터 휴대폰 검사 장비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창업 당시 준비한 건 휴대폰용 터치 쪽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들로 첫 사업 아이템은 접어야 했고 갑작스러웠지만 휴대폰 검사 장비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누구보다 휴대폰을 잘 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 사장은 최근 로봇과 의료 분야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장비 사업은 당분간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판단, 다음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그리고 `전공`을 살리고 싶어서라고 했다.
정 사장은 “조만간 사람의 몸을 이용하는 통신기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뜻하지 않게 장비 사업부터 시작했지만 우리가 경험을 쌓아온 무선 통신 쪽에서 남들이 하지 못한 기술이나 성과들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