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장비는 컴퓨터 설계 기술, 신소재 기술, 레이저 가공 기술의 발전에 따라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골퍼들의 스코어는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10여년 전에 고급 골프공으로 명성을 날리던 발라타 커버볼은 스핀 성능은 뛰어나지만 비거리가 나지 않기로 유명했던 볼이다. 지금의 프로 V1에 비하면 거의 30야드 이상 비거리 차이가 난다.
드라이버는 말할 것도 없다. 티타늄 460㏄ 헤드에 46인치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장착한 저중심 드라이버와 옛날에 쓰던 스틸 샤프트, 퍼시몬 드라이버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아이언도 발전했지만 70년대에 널리 쓰이던 핑아이2 수준을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웨지나 퍼터는 60년대 말이나 지금이나 성능 면에서는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
골프코스는 30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어려워졌다. 거리는 길어지고, 페어웨이는 좁아졌으며 온 사방에 연못과 3m 깊이의 벙커가 즐비하다. 그린의 빠르기는 예전에 비해 거의 두 배다.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5∼6년 내 국내에 새로 개장한 골프코스들은 점점 더 어려워져서 평소 보기플레이어라고 주장하는 주말 골퍼들이 100을 넘는 스코어를 내는 것이 별난 일도 아니다. 평소 보기플레이어를 자처하던 주말 골퍼들은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만 할까?
죽자고 연습을 해야 할까? 시간 여유가 많으면 그래도 좋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 현대사회에서 그럴 시간이 있을 턱이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고 골프도 마찬가지다. 욕심을 버리는 수밖에 없다.
200야드 드라이브 샷에 만족해야 하고, 130야드 남은 세컨드 샷에서 핀에 못 붙이더라도 뒷땅 안치고 그린 근처에 보낼 수 있으면 만족해야 한다. 브레이크 제대로 못 읽어서 3m 퍼트 못 넣어도 눈에 좋다는 약 사 먹지 말고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한다.
샷에서 실수를 해도 스스로를 용서하고, 어쩌다 한 번 굿샷을 친 동반 플레이어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축하를 해주다 보면 어느새 내 스코어도 점점 좋아지는 것을 발견한다. 누구든지 즐겁고, 재미있는 상황에서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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