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피플]허민 나무인터넷 설립투자자

`벤처신화`, `청년재벌`, `던전앤파이터 신화`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허민 전 네오플 사장이 엔젤투자자로 컴백했다. 최근 소셜커머스계에서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는 위메이크프라이스닷컴(이하 위메프)을 만든 나무인터넷(대표 이종한)을 비롯해 7개 기업에 투자했다.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하고, 미국으로 홀연히 떠난지 2년 만이다. 2년간 무엇을 했는지도 궁금했고, 뜻밖의 엔젤투자자로 나선 이유도 들어보고 싶었다. 허 씨는 “넥슨에 회사를 넘긴 이후 자유를 얻었다”면서 “미국으로 가서 평소 하고 싶던 야구와 음악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를 얻자마자 버클리 음대에 지원했고, 역사상 최고의 너클볼 투수로 평가받는 메이저리그의 전설 필 니크로에게 한수 지도를 부탁했다. 당연히 둘다 거절당했다. 하지만 될때까지 매달린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갔고, 끊임없이 요청했다. 결국 그는 버클리 음대에 입학할 수 있었고, 필 니크로의 제자도 됐다.

여기서 그는 한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있으면 기회를 주는 곳이라는 깨달음이었다. 허 씨는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때 이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허 씨는 “서울대 음대에 떨어졌으면 100번 매달려 떨어져도 입학할 수 없었겠지만, 버클리는 결국 입학할 수 있었다”면서 “실리콘밸리에서도 열정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투자해주는 사람이 정말 많은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투자받은 사람이 성과를 내지 못해도 그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지 않는 시스템이었다”며 “그때 한국에 돌아가서 열정과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돌아온 허 씨가 그의 이름을 다시 알리게 된 계기는 투자처 중 한 곳인 나무인터넷을 통해서다. 위메프라는 소셜 쇼핑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 회사는 전 네오플 출신들이 주축이 됐다.

허 씨는 “위메프를 처음 봤을 때 어릴 때 우연히 본 서태지와아이들의 데뷔 무대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좋은 물건을 파격적인 가격에 서비스한다는 소셜 쇼핑은 분명히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투자한 7곳이 아이디어와 사람을 보고 투자한 것이지 수익을 위한 투자는 아니라고 했다.

천일염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가 좋은 사례다. 그는 “세계 최고의 소금으로 꼽히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에 못지 않은 것이 신안 천일염이라는 것을 알려준 사람을 만났다”며 “소금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소금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뛰어났기 때문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투자 방향 역시 사람과 아이디어다. 허 씨는 “버클리가 내게 준 기회처럼 열정이 있거나, 좋은 사람이라면 투자하겠다”면서 “열정을 가진 사람이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특정 분야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인터넷 관련 사업이면 더 좋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자신이 사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는 귀국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동을 거는 수준이고, 내년부터는 좀 더 체계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창업투자사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으나 아직 결정한 것은 없다고 했다. 물론 투자 외에 본인의 사업도 시작할 생각이다. 서두르진 않고 좋은 아이디어를 찾게 되면 시작할 계획이어서, 조만간이 될 수도 있고 꽤 먼 미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금 그의 꿈은 한국의 실리콘밸리는 만드는 것이다. 허 씨는 “행복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 채워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랑스런 일을 하자로 바꿨고, 이제 이것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돈을 많이 잃더라도 한명이 벤처 생태계를 위해 많이 (투자금을)깔아주면 흐름이 생길 것”이라며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만드는데 마중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