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자동차 `EV1`을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친다. 4시간이면 충전되고 배기가스와 소음이 없는데다 시속 130㎞까지 속도를 높일 수도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EV1의 인기가 계속 높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GM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휘발유차 판매가 위협받으면서 기존 자동차 부품업계와 석유업계, 자동차 수리점 및 판매점 등이 수익성 악화를 걱정한 것이다. 결국 이들은 전기차를 `주적`으로 삼아 없애기로 결정한다.
GM은 EV1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EV1 소유자들로부터 차량을 회수했다. EV1 소유자들은 강한 항의와 함께 차량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위도 벌였지만, GM은 여러 이유를 들어 차량을 회수, 모두 폐차했다.
위의 내용은 지난 2006년 개봉한 다큐멘터리영화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의 줄거리다.
영화 내용의 진위 여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는 것이다. EV1 이후로 전기자동차의 불모지였던 미국에서는 4년도 지나지 않은 현재 전기차 확산을 위해 정부 지원이 쏟아지고, 자동차 및 전지 업계가 날선 경쟁을 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는 등 전기자동차가 산업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한국 등에서도 정부가 전기자동차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급속한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0% 이상을 운수부문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각국 정부가 당장 자동차 관련 환경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크게 느끼는 이유다. 지구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까지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계산대로 라면 대다수 자동차를 친환경차로 바꿔야만 한다.
`전기자동차와 에코경제학`은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벌어지는 경제적 변화를 심층 분석했다. 새로운 변혁기를 준비해야 하는 자동차 산업, 구조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산업, 전략적 제휴로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하는 하이테크 산업, 전기자동차의 경량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소재산업,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맞고 있는 에너지 산업 등에 관해 혜안을 제시한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에게 제시한 비즈니스 기회는 눈여겨볼 만하다.
전기자동차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가 제시한 `지속 가능한 성장전략`을 잘 소화해 실제 비즈니스 계획을 수립한다면 환경을 지키면서 산업도 발전시킬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로 뒤늦게나마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다큐멘터리영화의 여운 때문일까. 어디까지나 정부 규제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을 예상한 업계가 그 과실을 따기 위해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에이지 가와하라 지음. AT커니코리아 옮김. 전자신문사 펴냄. 2만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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