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게임] 게임이 공부 방해할까 걱정하지만…글쎄요?

이른바 게임 `중독`에 대한 논의는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이 학습과 건강 등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우려에 주로 기반한다.

특히 교육열이 높고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게임은 공부를 방해하는 원흉으로 학부모들의 공적이 된지 오래다. 게임에 대한 낙인 찍기와 공격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이 학업에 방해될까 봐 자녀의 게임 이용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이들은 이에 반발하는 악순환이 게임 중독 문제의 주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와 달리, 이른바 명문대 학생들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게임 이용 시간 등에 있어서 일반 10대 청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가 학습이 부진하다거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게임을 별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연관성은 거의 없었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수도권 거주 10대 초중고등학생 330명과 서울대 · 연세대 · 고려대 · KAIST 재학생 2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우수한 명문대 그룹들이 일반 학생들에 비해 도리어 게임을 즐기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더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당 게임 이용량을 시간대 별로 나눴을 때, 명문대 재학생 중 고등학생 시절 온라인게임을 주당 `2~5시간` 및 `5~10 시간` 사이로 즐긴 학생의 비율은 각각 40.8%와 23.3%로 나타났다. 전체 청소년 중 같은 시간만큼 게임을 즐긴 청소년의 비율은 각각 37%와 17.5%였다. 모범생들은 게임도 안 하고 공부만 할 거라는 일반적 이미지와는 배치되는 결과이다.

반면에 일반 청소년들은 `2시간 미만`(15.5% vs 22.3%)과 `10시간 이상`(20.4% vs 23.2%) 온라인게임을 즐긴다는 비중이 명문대 학생에 비해 약간 높았다.

이는 명문대 재학생들이 게임을 즐기되 자기 조절의 측면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설문 결과, 명문대 재학생의 경우 자기 조절 능력은 5점 만점에 3.37점으로 나타났다. 일반 청소년 집단은 3.17점이었다.

가족 건강도 측면에서도 명문대 재학생 집단이 전체 청소년 집단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구성원 간 의사소통`과 `가족 구성원 간 가치체계 공유`의 경우 3.54점과 3.27점으로 3.25점와 3.13점을 기록한 전체 청소년 평균에 비해 높았다. `가족 간의 유대감` 역시 3.88점으로 전체 청소년 평균(3.35점)보다 높았다.

자녀의 게임 이용에 대한 부모의 인식은 명문대 학생의 부모들이 전체 학부모 평균보다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대부분의 어른들이 게임을 거의 즐기지 않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같은 결과는 명문대 그룹의 부모들이 자녀의 게임 이용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명문대 학생들의 경우 부모의 PC 사용 기술도 전체 평균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명문대 학생들은 일반 청소년보다 게임을 보다 선용하고 잘 즐겼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게임을 통한 활력 경험`은 명문대 학생이 2.99, 전체 청소년 평균이 2.78로 나타났다. `게임을 통한 여가 선용`도 명문대 학생이 3.31로 일반 청소년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반면 `내성`과 `금단`, `강박적 사용` 등 게임의 부정적 이용에 관련된 지표는 일관되게 전체 청소년 평균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들은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과 일상 생활의 관계에 있어서 게임 자체의 유해 요소나 이용 시간 자체를 중시하는 일반적 시각과는 달리,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자기 조절이나 가족 관계의 건강도 등이 청소년의 학업이나 생활에 영향이 큼을 시사한다.

또 명문대 학생들이 꼽은 `고등학교 시절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게임`은 26.6%를 차지, `음악 감상`(39.6%)과 `잠`(34.9%), `TV 시청`(28.6%) 등과 함께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푸는 주요 배출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시절 부모가 게임 이용을 제약했을 때`에는 `부모님 몰래 했다`는 응답이 41.7%로 나타났다. `부모님 말씀을 따랐다`는 48.3%였다.



명문대 학생과 전체 청소년의 성격 및 가족 특성



명문대 학생과 전체 청소년의 게임 긍부정 행동 비교

명문대 학생과 전체 청소년 게임 이용 시간 비교

자료.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 2010. (명문대 학생 모든 수치는 고등학교 기준)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