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실감미디어] 차세대 인터페이스(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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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차세대 실감 시대가 온다

7. 차세대 인터페이스



PC에 마우스나 키보드는 없다. 스크린을 직접 터치하지도 않는다. 센서가 부착된 장갑을 끼고 스크린을 통해 투사된 작업 영역에서 손을 움직이며 PC 작업을 한다. 허공에 떠 있는 이미지들을 손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각종 작업을 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이는 지난 6월 미국 IT · 엔터테인먼트 · 디자인 전문가들이 뭉친 `TED그룹`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과학기술 자문 겸 발명가인 존 언더코플러가 시연한 장면이다.

`가상공간에서 태극권`이라고도 불리는 영화 속 기술을 현실화한 것으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손에 부착된 센서를 사용해 거대한 광각 스크린을 조작하면서 방대한 데이터 뱅크와 인터넷을 검색하는 장면이 연출된 바 있다.

◇UI의 진화=유저인터페이스(UI)는 기기와 사용자를 대화하도록 연결해주는 부분이다. 사람 손끝과 단말이 접촉하는 중간 지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TV와 시청자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리모컨, PC를 조작하도록 도와주는 마우스와 키보드 등이 있다. 좀더 진화한 형태로는 터치 UI, 음성인식 UI 등이 있다.

UI가 이제는 산업의 전면에 등장했다. 보다 직접적이고 유연하며 편리한 UI를 연구 및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엔 애플 아이폰이 미친 영향이 가장 컸다. 아이폰이 전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배경 중 하나가 UI라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아이폰 첫 버전이 출시될 당시 이미 시장에는 아이폰보다 더 빠른 프로세서, 더 큰 메모리 용량, 더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고성능 기기가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이폰을 선택했다. 아이폰에 대한 열광은 기본적으로 직관적인 UI에 있었다. 애플은 아이팟에서 아이폰 그리고 최근에는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UI로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줬고 단순한 UI로 최대의 가치를 누릴 수 있게 했다는 평가다.

이제 UI는 IT 기기뿐 아니라 모든 제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기업들은 보다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UI를 탑재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IT 기기들은 전형적으로 키패드를 통해 명령어를 입력받고 그에 따른 연산 결과를 도출해냈다. 이 시기가 지난 이후에는 직접 손가락으로 만져 입력하는 터치UI가 등장했고 그와 함께 진동으로 기기와 사용자가 커뮤니케이션하는 진동UI도 등장했다. 최근 유명 검색엔진들이 잇달아 내놓고 있는 음성검색을 포함해 음성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음성UI도 빼놓을 수 없다. 디스플레이를 3차원화해 공간을 부여하고 이를 조작해 명령하는 3D UI 역시 최첨단 기술이다.

모션을 인식해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동작인식 UI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키넥트, 닌텐도의 위 등을 통해 본격화되고 있다. 입김으로 휴대폰을 조종하는 기술은 스카이후 제품에 적용되기도 했다.

◇무한대의 활용, 3D UI=수많은 차세대 UI 중에서도 3D로 구성된 UI는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스마트폰부터 시작해 스마트패드, PC,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가전, 자동차 등까지 모든 제품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장 직관적인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UI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3D UI는 TV나 PC 등에서 구현되는 입체 3D와는 다른 형태의 기술이다. 입체 3D의 경우 두 눈의 시각 차 등을 이용해 사물을 화면에서 돌출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반면에 UI로서의 3D는 디스플레이 안쪽에 공간감을 줘 메뉴 등을 입체감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3D UI 기반이 되는 엔진은 크게 `플래시 UI`와 리얼 `3D UI` 두 가지 기술로 나뉜다. 플래시 UI는 어도비의 플래시 프로그램을 활용해 구현한 3D UI로 화려한 그래픽이 무기다. 기존 삼성전자의 햅틱폰 등에 적용된 3D UI가 바로 플래시를 이용한 것이다. LG전자의 아레나폰에서 구현된 3D UI 역시 플래시 기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분야에서는 디지털아리아와 네오엠텔 등이 활발하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디지탈아리아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SK텔레콤, KT 등 다양한 통신 업체들에 3D UI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네오엠텔 역시 다양한 국내 통신 관련 업체와 함께 퀄컴, 모토로라 등 글로벌 제조사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 등 자사 제품에서 플래시를 포함한 어도비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면서 시장 판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애플의 이런 조치는 플래시 UI가 메모리 용량을 지나치게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최근 플래시가 휴대폰 단말의 메모리를 너무 많이 차지해 다른 콘텐츠가 구동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며 어도비 플래시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단말 제조사들 역시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플래시를 통해 화려한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지만, 휴대폰의 다양한 기능을 고려할 때 이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이 리얼 3D UI다. 리얼3D는 그래픽이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자책 등에서 책장을 넘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UI 등을 만드는 데는 최선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장에는 이쓰리넷이 휴대폰, 내비게이션, PDA, PMP 등 모바일 기기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E3D`라는 엔진으로 각광받고 있다. 네무스텍 역시 다양한 리얼 3D UI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의 리얼 3D UI 전문개발사로는 TAT(스웨덴), 아크로디아(일본), HI(일본) 등이 있다.

제조사 이외에 거대 글로벌 IT업체들도 3D UI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초 3D 데스크톱 소프트웨어업체 `범프톱`을 만드는 `범프테크놀로지`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범프톱은 MS 윈도 운용체계(OS)와 애플 매킨토시 OS의 UI를 3D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범프톱을 활용하면 PC 바탕화면이 3차원 공간으로 바뀌고 파일과 폴더 아이콘을 쌓거나 회전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범프톱이 최근 멀티터치 기능을 도입했다는 점을 들어 향후 안드로이드나 크롬OS에 3D UI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UI의 미래는=앞으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PMP를 비롯한 휴대형 기기와 스마트TV 등 가전까지도 기존 UI가 아닌 3D · 모션 · 음성 UI 등으로 모두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다.

마우스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 것은 오래됐다. MIT 미디어랩의 프라나브 미스트리는 `마우스리스`라는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노트북의 한쪽에 두 개의 적외선 센서를 장착하고, 맨손으로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처럼 입력한다. 물리적으로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입력 작업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불편하게 노트북 터치패드를 이용할 필요도 없다. 테이블에 노트북을 켜 놓고 맨손으로 웹페이지를 스크롤하고 원하는 메뉴를 클릭하는 것이 현실화된다.

허공에 대고 조종하는 `에어마우스` 역시 대중화가 머지않았다. 손에 장갑처럼 끼고 타이핑, 클릭 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캐나다의 한 기업이 상용 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 인터뷰/전근열 이쓰리넷 전략마케팅본부장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최대의 무기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3D UI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보다 더 자연스러운 UI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3D UI 엔진을 개발하는 이쓰리넷의 전근열 전략마케팅 본부장은 3D UI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가전제품을 망라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쓰리넷은 플래시 기반 3D UI가 아닌 리얼 3D UI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품을 이용할 때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리얼 3D UI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 본부장은 “삼성의 갤럭시 3D UI가 화려하긴 하지만 애플 아이폰이 더 자연스럽다”면서 “시각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 업계가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리얼 3D UI 기술 시장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플래시 대 리얼의 비중이 8 대 2 정도지만 머지않아 이런 추세가 역전될 것이란 예상이다. 기존 플래시 기반 UI 업체들도 리얼 3D 기술을 동반 개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3D를 적용하는 데 가장 좋은 콘텐츠는 게임 분야다. 게이머들의 피로를 덜어주면서도 실감나는 영상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유아용 도서 등에도 3D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UI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부쩍 강조되고 있다. 그는 “UI라는 부분들이 최근에 상당히 큰 이슈가 되고 있다”면서 “대학에서도 정규 과목에 UI 관련 과목이 대거 개설돼 있다”고 밝혔다.

기기와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제 UI가 산업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가 바라보는 3D UI의 미래는 어떨까.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는 모든 제품에 3D UI가 적용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전 본부장은 “전기밥솥에 탑재된 디스플레이도 3D UI로 구성된다면 더 실감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4~5년 내에는 모든 UI가 3D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초기 단계인 3D UI 시장에서 기술을 무기로 개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에도 부딪히고 있다. “기술 고도화를 해야 하는데 영세하다 보니 별도의 연구개발(R&D) 작업을 적시에 하지 못한다”는 그는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투자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황지혜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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