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14> 돋다

어떤 상황이나 상태, 다른 사람의 행동에 심리적 · 정서적 충격을 받았음을 나타내는 말. 소름 끼치다, 놀랍다, 무섭다 등의 감정을 나타낼 때 주로 쓰인다. 대단하다, 굉장하다는 느낌을 지니고 있다.

같은 상황에서 흔히 쓰이는 `소름 돋다`에서 파생한 표현으로 보인다. 특히 MC몽이 `1박2일`에 출연하며 자주 썼던 `와 리얼이야, 나 소름 돋았어`라는 표현을 네티즌이 `레알 돋아` 혹은 단순히 `돋다`라고 줄여 쓴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 표현은 주로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말의 뒤에 붙여서 사용한다. `아, 김태희 미모 돋는다` `슈퍼스타K 허각, 가창력 레알 돋는구나` 등의 용례를 들 수 있다. `레알 돋네`와 같은 뜻으로 `링딩 돋다`라는 표현도 간혹 쓰인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노래 `링딩동`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인터넷 신조어가 그렇듯이 `돋다`라는 표현 역시 당초의 의미와 용법이 확장되면서 차츰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 양쪽으로 모두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특별한 의미 없이 그저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과장하거나 강조하고 싶을 때 광범위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화장실에서 곱등이 나왔어요, 징그러, 곱등 돋네` `살 빼고 싶은데 운동하면 빈혈이 돋네요` `5일 연속 야근 돋네` 등의 용례를 들 수 있다. `돋다`는 이러한 범용성 측면에서 `쩔다`라는 표현과 의미 및 용법이 유사하다. (본지 2010년 10월 8일자 27면 참조)

`돋다`라는 표현을 비난하는 의미로 사용하는 예로는, 맘에 들지 않는 상대방의 성향이나 소속을 거론하며 `~ 돋다`라고 비아냥거리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당의 판단”이라는 민노당에 대해 “종북 돋네요”라고 하거나, 태광그룹의 불법 비자금 의혹과 관련, “오너 전횡 돋네요”라고 하는 등의 용례를 들 수 있다. `돋다`라는 표현의 초기 확산에 기여한 MC몽은 최근 병역 비리 의혹 돋는 발치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기도 하다.



* 생활 속 한 마디



A: 어제 회식 끝나고 이 대리 남친이 새벽 2시에 데리러 왔더라고요.

B: 연애 초기라 그런지 애정 레알 돋네요. 그 사람 참 괜찮아 보이데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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