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Life] 마니아의 꿈이 담긴 고성능 세단, 렉서스 I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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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데뷔한 IS-F는 렉서스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다. 렉서스 치고는 작은 차체를 가졌지만 기함인 LS보다도 더 큰 5.0리터 배기량의 V8 엔진을 탑재했고, 423마력의 힘으로 차체를 밀어붙여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는 4.8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존 모델인 IS를 바탕으로 엔진과 변속기 등을 업그레이드해 탄생한 IS-F는 BMW의 M이나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등 독일 고급차의 고성능 버전을 손쉽게 흉내낸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IS-F가 탄생하기까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2010 렉서스 네버 익스피리언스드` 행사를 위해 방한했던 IS-F의 야구치 유키히코 수석 엔지니어로부터 그 뒷얘기를 들어봤다.

1980년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한 그의 오랜 꿈은 모두가 동경할 수 있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었다. 렉서스 LS와 SC, 도요타의 스포츠카인 수프라 등의 개발에 참여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은 야구치 수석은 2002년 렉서스의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게 되면서 꿈을 실현할 기회가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의 필요성을 최고경영진에 어필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IS-F의 컨셉트를 구체화시켜 나갔다. 내부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그 동안과는 다르게 기획안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았다. 그것은 실제로 운전할 수 있는 컨셉트 제안 차량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경주용 차에 탑재되던 5.2리터 V8 엔진을 당시의 IS에 이식해 임원들에게 시승하도록 했다. 임원들도 운전을 즐기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이 차에 대한 반응은 아주 좋았다. 하지만 그것은 최종승인을 얻기 위한 오랜 싸움의 시작에 불과했다.

야구치 수석은 함께 하는 엔지니어들의 열정에 힘입어 여러 차례 제안을 거듭했고, 덕분에 사내에서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4년 봄에는 정식 개발 프로젝트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 300명의 개발팀원도 직접 선발했다. IS-F의 개발인력은 여느 팀의 몇 분의 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렉서스 LS 개발팀은 1000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전용 엔진 개발은 야마하, 차체와 섀시 개발은 도요타 테크노크래프트에 맡기는 등 그룹 내 전문업체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었다. 개발테스트는 전 세계의 서킷을 돌며 실시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랩타임(서킷 주행 소요시간)을 단축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IS-F의 컨셉트 원래의 목표는 운전자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기 때문에 이러한 테스트들을 통해 감성적인 부분을 다듬어 나갔다.

IS-F의 엔진 소리는 속도에 따라 3단계로 변화한다. 중저속에서는 묵직한 배기 사운드, 고속에서는 강력한 흡기 사운드 그리고 초고속에서는 순수한 엔진의 기계적 사운드를 즐길 수 있고 이것이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응답성과 가속성 측면에서도 감성을 철저히 추구해 운전자는 물론이고 동승자까지도 다이내믹한 주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야구치 유키히코 수석은 IS-F가 “운전 실력에 관계없이 초보자부터 F1 드라이버까지 누구나 아찔하게 즐길 수 있는 차”라고 말한다.

렉서스 IS-F는 지난달 국내에 출시되었으며, 가격은 8800만원이다. 렉서스는 이외에도 IS와 CT200h 모델에 `F스포츠` 패키지를 설정하는 등 IS-F에서 비롯된 강력한 프리미엄 스포츠의 이미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에는 ES와 GS, LS, RX 등의 모델에서도 F버전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야구치 수석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답변을 정리하면 이렇다. “고객들이 원한다면 만들어야 하겠지요. 꼭 만들고 싶습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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