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하려던 김지현 씨(31)는 네이버에서 이벤트를 알아보다 진땀을 뺐다. `프러포즈`를 검색하자 스폰서 링크 등 광고 20개가 연이어 뜬 것. 정작 필요한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다. 김씨는 "구글에서 같은 내용을 검색하고 트위터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최고 프러포즈 방법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국내에서도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그동안 외국 IT서비스의 무덤으로까지 불렸던 `인터넷 코리아` 위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네이버, 다음, SK컴즈(싸이월드) 등 대형 포털 위상에 눌려 구글, 야후, MSN 등 글로벌 서비스가 국내에서 발을 붙이지 못했으나 `SNS 시대`에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국내 대형 포털 사업자들이 검색광고 등 수익성 확보에만 치중한 나머지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시장조사기관 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09년 9월~2010년 8월) SNS 방문자 수를 조사한 결과 페이스북은 650%, 트위터는 528% 성장하며 미투데이(NHN) 93.7%, 싸이월드(SK컴즈) 11.7% 등 국내 SNS를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페이지뷰와 방문자 수에서 폭발적 성장을 한 반면 미투데이와 싸이월드는 페이지뷰가 오히려 감소했다. 향후 인터넷 서비스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평가되는 `소셜` 분야에서 확연히 밀리는 모습이다.
국내 포털 사업자들이 검색광고, 인터넷 보드게임 등 수익에만 치중하고 `검색`과 `혁신 서비스 개발`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글로벌 업체 구글이 음성검색, 실시간 검색, 영상검색, 말로 쓰는 검색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광고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통합검색 결과에 최대 20개 광고를 먼저 보여주는 등 검색보다는 `검색광고`에 치중했다. 내년부터 자회사인 NBP를 통해 독자적인 검색광고 사업에 나선다. 반면 구글은 검색 결과 상단에 광고를 3개까지 노출한다. 광고도 화면 우측에 나타난다. 따라서 `(네이버는)광고가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으며 원하는 정보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프러포즈 방법" 네이버 검색 화면. 스폰서링크, 파워링크 등 20개 광고를 본 후에야 지식in 웹문서 등을 볼 수 있다.
네이버는 여전히 1위(검색점유율 2010년 7월 현재 61.9%)를 달리고 있지만 검색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 성장률이 줄어들고 있다. 모바일 검색 점유율도 유선 인터넷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신영증권도 최근 국내 포털에 대한 보고서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이 소셜검색을 통해 검색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며 "네이버와 같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자에는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훈 IT칼럼니스트는 "훨씬 개방적이고 사용자를 배려하는 다양한 외국 서비스가 밀려오는 요즘엔 어떤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용자 생각이 매우 빨리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최순욱 기자 @wook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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