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한국 산업융합의 발전 방향

차세대 융 · 복합 산업, 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기구인 한국산업융합협회가 지난 17일 공식 출범했다. 정부가 녹색성장기본법과 함께 최근 산업융합촉진법(이하 융합법) 제정하며 녹색과 융합 등 거대 트렌드에 대한 법 · 제도 정비에 나서면서 산학연관이 함께 참여해 새로운 산업이 기존 산업과의 조화를 통해 육성되는 기틀을 마련했다. 여기에 미국 · 일본 · EU 등 선진국에서도 각국의 실정에 맞게 융합법, 융합전략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이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전자신문은 `한국 산업융합의 발전 방향`이란 주제를 놓고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산업융합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좌담회를 마련해 의견을 들었다.

참석자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송자 재단법인 명지학원 이사장

양승택 한국과학기술원 초빙 석좌교수

이봉규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조석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가나다순)

사회=이원부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이원부 교수(사회)=정부가 마련한 산업융합촉진법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융합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융합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몸담고 계시는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융합에 대한 현재와 미래, 산업융합촉진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

◇조석 실장=융합은 포화상태에 이른 우리 주력산업에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 · 중 · 일 분업 구조 하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한다는 중요성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 세계적으로 `녹색`과 `융합`은 메가트렌드가 되고 있다. 녹색 분야는 MB정부 출범 이후 녹색성장기본법과 위원회가 마련돼 활발히 준비 중이다. 하지만 융합은 낮은 단계에 있다. 융합은 2개 이상의 상이한 요소들이 하나의 요소 수렴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제 · 사회적 현상을 말한다. 또 진행된 정도에 따라 분리된 것을 하나로 묶는 패키지, 하이브리드, 화학적 결합까지 가는 퓨전으로 나뉜다. 이 모든 것을 포괄한 것이 융합(컨버전스)이다.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융합의 신시장 규모는 지난 2008년 8조6000억원에서 2018년에는 68조원으로 8배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규모의 경제로 대표되는 중국과 원천기술의 일본을 극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산업계의 의견에 따르면 융합이 안되는 가장 큰 이유를 법제도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융합법 제정에 나섰고 융합 창출을 위한 제도적 장치, 융합 신제품을 임시 인증할 수 있도록 융합 신제품이 법제도 미비로 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만들었다. 융합 민간자금 지원, 컨설팅, 옴부즈맨을 통해 융합을 유도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융합법에 담았다. 임시인증을 놓고 부처 간 이견이 많았다. 인증기관의 충돌이 있었지만 이후 관련 법을 고쳐나가는 것으로 했다. 이를 통해 동의를 얻었다. 정부안으로 확정돼 지난 30일에 국회에 넘어간 상황이다. 국정감사 이후 법안에 대한 심의가 이뤄져 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양승택 교수=우리 사회가 정보화를 시작하지 20∼30년이 됐다. 융합법은 정보화 사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법안을 만드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현재가 정보화 사회의 정점은 아니다. 또 뒤진 정보기술과 산업이 융합하면 융합은 성공하기 힘들다. 기반 기술에 대한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세계 최고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는 모든 곳에 법을 적용하다 보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융합법 제2조 2항에 열거된 기술은 해당 산업만을 위한 기술이지 산업융합을 위한 기술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융합의 주체가 되는 산업융합 기반 기술을 정의하고 그 기술이 지속적으로 산업 융합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치가 필요하다. 또 제2조 3항에서 산업융합 정의가 불분명하다. 정의가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막연한 말로는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게 뭔지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을 통과시키기 전에 IT와 나노, 바이오가 융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기존 산업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키면 융합산업이라고 정의했는데 구체적인 기술 이름을 거론하지 않으려면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융합에 집어넣어야 한다.

◇조석=특정산업을 규정하면 끊임없이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융합법을 만드는 초점은 새로운 기술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러다 보니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법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 정책의 스피드로 보완할 수밖에 없다. 법사위 심의과정이 있으므로 법의 내용과 개념은 우려 안해도 될 듯하다.

◇사회=정부는 포괄적으로 구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또 분업 전문화 시대에 이어 융합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육 · 인프라가 모두 중요하다. 이제 융합의 트렌드에 대해 얘기해보자.

◇김흥남 원장=ETRI는 그간 IT와 IPTV, CDMA 등 방송통신 서비스와의 융합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동차와 조선, 에너지 등 주력산업과의 융합에 초점을 맞춰 융합에 접근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7년에 울산의 현대중공업 측과 IT와 조선의 융합에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 조선산업은 상승세를 타고 IT산업의 성장은 주춤했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IT를 단순 기술로만 접근하려고 했다. 하지만 고위 임원급에서 융합의 중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나를 초청해 현장을 둘러보게 한 후 개선점을 물어봤다. 이에 우리는 LNG선에 3000개의 센서가 있는데 이를 지상에서 연결시켜 작업을 진행시키는 것을 단순하게 무선으로 처리할 수 있음을 제안했다. 이러면 공정의 복잡성과 안전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가 철판이다 보니 무선솔루션을 하기 어렵다고해 SAN(Ship Area Network)을 제안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 SAN 필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칸막이식 사고가 팽배한 현장 속에서 문제점을 찾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융합은 칸막이를 제거한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이봉규 교수=산업연구원조사에 따르면 융합이 본격화하려면 인력 부족, 기술한계, 융합제품 인허가 등 규제 방식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융합법 탄생으로 규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이는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서울대 · 고려대 · 연세대 등에서는 융합학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학제가 다시 바뀌는 게 문제다. 이러면 정부 과제에서도 해당학과를 배제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학교로선 중간에 학제를 폐지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정책에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 교육이 흔들려선 안 된다. 결국 융합 신산업 탄생(인큐베이션)에서 시장 출시까지 일관되게 지원할 수 있는 통합적 지원 방식이 필요하다. 또 진정한 융합을 위해서는 인문 · 사회 · 법률 · 마케팅 등이 함께 연결돼야 한다.

◇송자 이사장=옳은 말씀이다. 다른 사람들이 더불어 일해야 융합이 이뤄진다. 융합의 기본은 사람이다. 예전에는 분업을 강조해서 사람이 나뉘어 일하는 것을 장려해 왔다. 하지만 각자 흩어져 뿔뿔이 하다 보니 융합사회에서는 더불어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은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결국 사람이 담을 허물지 않으면 안 된다. 고등학교 이후에 문과 이과를 나누면서 융합적인 사고에 뒤처지게 됐다. 융합학회는 기업의 융합에 대해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회 차원에서 학제간에 자유롭게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 공대생의 40%가 IT는 물론이고 바이오, 엔지니어링을 함께 공부하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벤치마킹 사례다. 오페라에는 노래하는 사람, 발레, 연주자가 모두 섞여 있다.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결국 시장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융합은 흘러가야 한다. 전공을 따지는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봉규=현재의 학제에서는 종교학과나 심리학과 학생이 공대 전공을 들을 수 없다. 또 공대를 졸업하고 경영학석사(MBA)를 한 학생이 최고경영자(CEO)가 되기 어렵다. 이는 이공계와 문과를 나누는 학제 간 칸막이에서 나온 문제다. 학부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원에서라도 학제 간 통합을 위한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

◇사회=융합의 방향이 교육과 현장에서 모두 칸막이를 제거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은 좋은 얘기다. 이제 경쟁국에 비해 우리나라 산업융합의 성과와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얘기해보자.

◇조석=미국과 일본, EU에선 국가 차원에서 산업융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중소기업 간 교류 활성화 등을 중심으로, 미국은 경쟁력 강화법에 일부가 반영돼 있다. 세계가 모두 출발점에 서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살펴보면 1980년대 후반까지는 주력산업에 대한 육성법이 별개로 존재했다. 자동차 같은 특정산업을 타깃으로 전주기를 고려해 육성법을 마련했다.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개별 산업법에 대한 육성법은 사라지고 산업촉진법으로 통일했다.

산업의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국민 정서상이나 글로벌 시장 차원에서 개별 산업이나 전체 시장에 대한 지원은 용납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하지 않으면 수출도 할 수 없다. 반도체 · 휴대폰 등이 시장 경쟁을 통해 성장했듯 업종별 육성 전략은 현재 산업 패러다임에 어울리지 않는다. 융합법이 마련된 것도 융합 촉진을 저해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양승택=카네기멜론은 1980년대부터 공대 학생들이 예술과목을 공부한다. 그런 부문에서 우리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조석=정부는 인력 양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산업과 IT산업을 고루 아는 인재가 없으면 현장에 융합을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각각의 영역을 모두 파고들 수 있는 융합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 기술과 기술 간 인력 융합이 절실하기 때문에 내년부터 기업 갈증을 채워주기 위한 것이다.

◇김흥남=지경부 산하 13개 출연연은 융합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화두다. 출연연 간 칸막이가 높아 인력 교류가 잘 안 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융합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독일처럼 출연연이 일정 금액을 출자해 공동펀드를 조성하고 2∼3개 이상 출연연이 과제를 수행할 때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융합은 물론이고 출연연 간 경쟁 유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융합이라는 대세에서 수평적 연구와 함께 전문가들은 해당분야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수직적 연구도 중요하다.

◇사회=지금까지 융합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해왔다. 우리나라의 융합산업 경쟁력의 현주소는 어느 정도인가.

◇김흥남=선진국과 비교해선 첫걸음이다. ETRI는 IT를 기반으로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 역시 고민하는 단계다. 우리나라는 IT에서 후발주자였지만 캐치업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우리의 창의성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융합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례로 비빔밥 문화가 우리의 강점이듯 우리나라 사람은 기마민족의 후예로 기동성이 우리의 강점이다. `빨리빨리`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장하듯 우리는 융합의 기초인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강점을 중심으로 경쟁하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양승택=한식은 융합이 기본이다. 양식은 항상 맛이 같지만 우리나라 음식은 만드는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는 이를 창의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30년 전에는 이런 분위기가 통하지 않았다. 자꾸 쥐어박는 것은 창의력을 없애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복돋워줄 필요가 있다.

◇이봉규=우리나라 사람이 창의력이 떨어진다지만 이는 교육의 문제다. 창의성은 문화적으로 우리에게 내재화돼 있다. 오히려 더불어 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문제다. 이를테면 초등학교시절부터 함께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신문 만들기 등 그룹 프로젝트도 이 일환이다.

◇사회=산업융합촉진법의 성격과 운용방향에 대해 얘기해보자. 융합이 원천기술을 인큐베이션해서 이를 아이디어에서 설계와 같은 엔지니어링을 거쳐, 상품을 통해 출시, 시장을 거치는 단계로 진행된다. 정부가 설계부터 상품 출시까지 일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조석=융합법은 기존산업과 신산업, 인력양성, 중소중견기업의 융합역량 제고 등 큰 틀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융합지원센터 운영, 중소 중견기업 융합사업 지원사업 등을 마련했다. 기술에 머물렀던 융합을 보다 큰 틀에서 산업융합까지 포함하는 국가 융합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융합법의 마련과 함께 차근차근 새로운 전술도 마련될 것이다.

◇이봉규=융합법이 마련된 만큼 수직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또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신제품과 서비스의 물꼬가 터져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길 바란다.

◇사회=그간 제조업에 대한 융합을 중심으로 논의해 왔다. 서비스에 대해선 어떤가.

◇송자=서비스의 융합에는 진입장벽의 제거가 우선이다. 진입장벽이 높으면 고객의 만족도도 낮다. 이는 고객들이 쓰기에 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처음 의사들에게 컴퓨터를 지급할 때 그러했다. 의사들은 컴퓨터로 인해 환자와의 교감이 떨어진다는 불평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컴퓨터가 없으면 불편해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수술, 영상회의 등처럼 불편함이 해소되는 데서 비롯된다. 의료서비스의 경우 보험, 은행, 법제도가 문제다. 융합은 리스크가 따르게 마련이다. 리스크가 공존하면서 고객의 삶이 개선됐다는 관점에서 서비스에 무게를 둬야 한다.

◇양승택=융합산업은 사회적 시장 가치가 필요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령에 정해줬으면 한다. 살아남으려면 융합으로 접근해야 한다.

◇조석=앞으로 국민에게 융합이 왜 필요한지를 설파하고 국민에게 올바르게 설득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융합은 생소한 개념이다.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지만 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통로가 부족했다. 이는 학회, 협회, 정부, 언론사가 모두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봉규=학회도 중요하다. 아직까지 융합에 대한 확고한 정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학교와 학회, 협회가 공조해서 개념적 정의를 해서 국민과 정부에 알려야 한다.

또 법의 근거가 마련된 만큼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협회는 미국 · 일본의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연구하고 정보를 수집해서 새로운 신서비스를 2015년까지 500개를 만들자는 게 목표다. 출연연과 학교, 정부, 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 융합이라는 큰 틀에서 마련해야 한다. 돈이 있는 곳에 사람과 기술이 모이는 만큼 국내외에서 펀드를 조성해 출연연간 펀드와도 공조한다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정리=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