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우리나라 경기 전망
◇현오석 KDI 원장=내년도 국내 총생산은 4.4%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5.9%보다 1.5%포인트가량 낮아지는 것이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소폭 밑도는 각각 4.1%와 0.9% 성장이 예측된다. 설비투자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 17.6% 대비 10.5%p나 하락한 7.1%로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올해보다 전체적으로 경기회복세가 더뎌지는 것이다. 이는 유로지역의 재정위기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또 각국 정부 재정 확대 정책도 한계에 직면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수출 증가율과 수입 증가율 역시 지난해보다 둔화돼 10.6%와 10.7% 성장이 예상된다.
그나마 국제 금융위기와 세계 경제 위축이 점진적이나마 완화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에 긍정적 요인이다. 우리 경제는 그간의 경기 회복세가 고용과 안정적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위기관리, 미래준비, 경제 재도약을 위한 공세를 전개해야 한다.
단기적으론 위기관리 차원에서 유동성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고 재정 조기집행과 지방재정 개편도 해야 한다. 경제 사회 안전망을 늘리고 일자리를 지키고 만드는 것도 정부와 기업의 과제다. 미래에 대비해선 G20을 통한 국제 공조와 공기업 선진화 등 구조조정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일관된 정책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제고도 중요하다. 고령화 등으로 요소 투입 증가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고 수출 중심 경제구조도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융합시장의 성장동력 IT 부품
◇최평락 KETI 원장=스티브 잡스는 애플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아이폰4`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화면은 AM OLED보다 선명하고 배터리 수명은 40% 향상됐으며 디지털 줌 카메라가 탑재됐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배터리는 삼성, 디지털줌 카메라는 LG가 제작한 제품이다. 아이폰의 4의 부품가격 187.51달러 가운데 한국산 부품이 85달러로 전체 비중의 50%에 달하는 것이다.
자랑거리도 많지만 우리가 개선해야 할 일도 많다. 100대 대일 적자 부품 소재 품목 가운데 47개가 IT관련 부품이란 점이다. 분야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다양하다. 앞으로 2015년에는 자동차의 전자화 비중이 4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타 산업 간의 IT융합을 통한 고도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선 IT와 타 산업과의 융합에 대비해 IT융합 공통 부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 스마트 액추에이터, 가속도센서, 터치 사용자환경 부품 등이 그 예다.
대중소 상생협력은 물론이고 연구소와 대학의 다자간 협력도 추진해야 한다. 융합시장에 대비해 스마트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R&D에도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
기술이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R&BD 컨버전스 랩 구축도 중요하다. 자동차, 건설, 에너지 등 주력 산업체와 IT 연구소간 협업을 통해 공동 기술을 개발하고 융합 연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또 전문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선 연구기관이 강점을 가진 기술영역에서 중소기업이 공동 활용 가능한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기업의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도 IT융합 시대에 준비해야 한다.
◆분야별 전망 각 3매
<가전>
◇이수현 GFK 팀장=올해 40인치 이상 LCD TV 비중이 증가하고 LED TV도 획기적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 기준 전체 TV시장에서 LCD TV 매출은 39.0%에 달한다. 상반기 월드컵 특수는 없었지만 LED TV를 축으로 월드컵에 따른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올 상반기 천안함 침몰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제조사의 프로모션도 지난해 보다 감소한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대형 가전시장은 올 상반기 지난해 대비 역신장했다. 냉장고 세탁기는 계절적 요인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비중을 유지했지만 에어컨은 날씨 영향으로 상반기 실적이 나빴다.
냉장고는 양문형 수요가 일반형을 압도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양문형은 700리터대의 비중이 급증했다. LED TV는 빠른 가격 하락으로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PC는 넷북 이후 초박형 제품이 등장해 편리함이 보강된 라인업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MP3, 동영상 재생기, 휴대형 TV의 꾸준한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 유통으로 접근해보면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대결이 생필품까지 확대되고 지역 밀착형, 체험형 유통 확산이 예상된다.
<반도체>
◇이수겸 IDC 이사=반도체 시장은 올해 1분기를 정점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의 수요가 크게 늘었고 생산량 축소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매출 신장률이 2분기에는 21%에 달했다. 내년 이후 메모리 시장은 연착륙이 예상된다. 올 3분기 이후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2011년에는 시장에 파급을 미칠 것이다. 시장규모는 2014년 350억달러로 예상된다.
분야별로는 컴퓨팅, 모바일 반도체가 내년에 10%대 성장을 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는 20%에 달하는 성장이 예상돼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수요처로 기대된다. PC용 반도체는 공급망에서 활기를 띠며 올해 수혜를 얻었지만 내년에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용 반도체는 올해 10%대의 큰 폭 성장을 했으나 향후 5년간은 한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용 반도체 매출은 2014년까지 전체 모바일 시장의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연평균 14%대의 강한 성장세를 띨 것이다. 디지털 TV용 반도체는 강한 가격 압박으로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칠 것이다.
<디스플레이>
◇유종찬 디스플레이뱅크 부사장=지난해 전세계 TV 시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전년 대비 3.1% 성장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성장폭이 확대돼 9.4% 성장이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에는 현재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의 수급 불균형과 경기 하락, 과도한 TFT LCD에 대한 과도한 투자, 주요 부품의 공급 부족은 위기요인이다. 반면에 LED TV, 입체형 3DTV,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 위기에도 디스플레이 산업은 LED TV, 3D 디스플레이 수요의 증대, AM OLED의 수요 확대를 축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IT융합 분야에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40인치 LED TV 가격은 2012년 10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TV 시장의 주력제품군으로 부상하고 3DTV는 2012년 3300만대, 470억달러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기업은 차세대 가전에 대비한 TFT LCD 이후의 제품에 주목해야 한다.
<모바일>
◇정지범 NIPA 팀장=모바일 산업은 한국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지난해 금융위기에도 휴대폰 산업은 신속한 변화에 대한 대처로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한국의 휴대폰 산업은 전환점에 서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올해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늘어나 2012년에는 전체 가입자의 5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역시 현재는 미미하지만 내년에는 10% 이상 점유가 예상된다.
우리나라 모바일 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겪는 것은 콘텐츠와 제도의 미흡 때문이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도 다소 부족했이다. 모바일 산업은 2∼3년 후에는 다중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을 지원하는 e북, 스마트폰이 잇따라 등장하고 5년 내에는 4G가 활성화되면서 모바일기기는 웨어러블 기기로 진화할 것이다. 따라서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력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꿔 모바일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애플, 구글 등 신규 모바일 업체의 수익과 경쟁력이 확대된 것도 SW에 강점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술 집약도가 큰 모바일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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