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수사에 활용하는 디지털 포렌식 관련 기준과 절차들을 대검찰청 · 경찰청 등 수사기관 이 각각 운영, 통일된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학적 절차와 방법으로 디지털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 오히려 개별 지침으로 법원 제출 자료의 객관성을 잃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탁희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디지털 포렌식 산업포럼 세미나`에서 디지털 포렌식 기준과 절차에 대한 대검찰청과 경찰청의 표준화 노력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탁 연구위원은 “디지털 자료가 각종 민 · 형사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경우가 늘면서 대검찰청과 경찰청 등 수사기관은 개별 디지털 포렌식 지침을 마련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각기 다른 기준을 일원화하고 형사소송법에 근거한 체계적인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각각 `디지털증거수집 및 분석 기준`과 `디지털증거처리 표준가이드라인` 등 개별적인 내부 시행 지침에 맞춰서 디지털 증거를 수집 · 분석해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고 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이 이처럼 개별 운영하는 것은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필요에 의해 각각 도입한 데다 수사 영역도 다르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기업용 컴퓨터 및 서버, 경찰청은 개인용 PC를 주로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어 디지털 포렌식 관련 도구나 방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증거를 수집하는 기준이나 방법이 서로 다르다 보니 법정에선 디지털 증거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법원에서는 사람 · 물건 · 문서 등 전통적인 증거물을 채택하는 기준에 맞춰 판결하고 있어 디지털 증거물을 채택하는 비율도 매우 낮은 편이다.
탁 위원은 “위 · 변조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자료는 객관적인 기준과 방법으로 처리해야 증거로서 실효성이 있다”면서 “디지털 증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일원화된 디지털 포렌식 표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자료를 각종 범죄사건 및 소송에 활용하기 위해선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인증제도 도입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탁 위원은 “디지털 포렌식은 관련 도구와 방법론을 활용하는 전문가가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면서 “디지털 포렌식 절차와 도구를 정확하게 파악해 활용하고, 법률적 전문성도 충족시키는 포렌식 전문가에 대한 인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원기자 won@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