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가 주요 기관장들의 `자리`를 놓고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분위기다.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과 한홍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이 지난달 임기 3년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가운데 대전 소재 A연구원장 마저 사퇴 논란에 휩싸여 파문이 일고 있다.
과기계에서는 대대적인 국가 연구개발(R&D)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추진되는 기관 `쇄신` 작업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정부 들어 과학기술부가 폐지되면서 과기계로 대거 유입된 민간인 출신 인물들과 기존 인력 간의 알력 다툼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11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박 이사장과 한 원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1개월도 채 안돼 A연구원장도 조만간 그만둘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국가 R&D거버넌스와 관련해 정부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기관장 자리보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이 한동안 돌았는데 심히 우려된다”며 “내년 3월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을 앞두고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하는 것 같다”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저런 문제로 타깃이 된 기관장이 있다는 설이 돌았는데 일부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실제 이달 초에는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기관장들이 국가R&D거버넌스 개편에 관한 연판장을 돌려 전원이 찬성 서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표를 냈던 한욱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지난 추석이후 출근하지 않고 있다.
과기계는 거버넌스 개편과 맞물려 이참에 내부적으로 파열음이 터져나온 기관들을 쇄신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과기계는 근본적으로 교과부 통폐합 이후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에 과기부 출신이 아닌 외부인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과기계에 전례없이 주요 기관장 자리를 둘러싼 `구설수`도 양산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주요 과학기술 연구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기계의 근본적인 질서 개편 시기에 나타난 현상일 수 있지만 신 · 구 인물 간 불협화음으로 사소한 흠들이 침소봉대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며 “현재 공석인 각 기관에 대한 인사를 신속히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경우 얼마 전 신임 원장 공모가 불발로 끝나 현 원장의 임기가 `무기한 연장`돼 어정쩡한 상태다. 출연연 기관장과 유사한 사례는 아니지만 지난 7월에는 강계두 대덕특구본부 이사장이 임기 도중 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아직까지 공석이다.
박희범 · 김유경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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