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후폭풍으로 인해, 통신장비업체 간 사활을 건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특정 분야를 대표하던 기업들이 맞붙는다는 점에서, 또 향후 시장은 물론이고 협력사 등 전체 생태계를 좌우할 한판 승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시스코, 어바이어, HP 등 통신장비업체들의 사업 다각화 움직임이, 새로운 경쟁 분야를 형성하며 치열한 시장 쟁탈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바이어와 HP는 각각 음성통신, HP는 컴퓨팅 분야를 주력으로 해 오던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 동안은 직접 경쟁이 없었던 회사들이다.
그러나 HP는 콜로브루스 인수를 시작으로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 사업부문인 프로커브 등에 한국쓰리콤 법인을 합병하고, 이에 맞춰 전 세계적으로 HP 네트워킹(HPN) 부서를 신설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이 같은 변화로 HP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분야를 하나로 묶어 고객들이 좀더 단순한 IT 시스템을 운영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완성했다. 지난 7일 발표한 네트워크 간소화 기술인 IRF(Intelligent Resilient Framework)가 큰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네트워크 전략 완성을 통해 최대 통신장비 회사인 시스코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시스코가 지난 8월 국내 첫 x86 서버 구축사례를 발표하며 서버사업에 속도를 붙이게 됨에 따라 두 회사는 네트워크와 컴퓨팅을 아우르는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어바이어도 노텔의 데이터 사업부문 인수를 통해 통신장비 전반에 대한 제품군을 확보했다. 특히 지난달 중순에는 태블릿 `어바이어-DVD`를 출시하며 통합커뮤니케이션(UC)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해당 제품은 지난 5월 시스코가 한발 앞서 출시했던 모바일 협업 태블릿인 `시스코 시어스`에 맞대응하는 제품이다.
특히 두 제품 모두 클라우드 환경에서 기업용 UC 시장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향후 두 회사의 전략이 주목을 끌고 있다.
업계의 한 사장은 “이미 인수합병으로 인해 그 밑의 협력사 파트너 교체나 파트너 간 사업부문 양수도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주요 글로벌 통신장비업체간 경쟁으로 인해 시장 구도는 물론이고 국내 통신장비업계 전반의 생태계까지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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