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벤처열풍이 불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이달을 기점으로 벤처기업확인인증서를 보유한 기업이 2만3000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만8893개에 비해 무려 4000개 이상이 늘어난 것으로 벤처 전성기가 다시 찾아오고 있는 셈이다.
벤처확인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벤처기업 현황이 조사되기 시작한 1998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에 4000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늘어난 경우는 없었다. 한창 벤처열기가 뜨거웠던 2000년도 초반에도 3800개 정도가 최고였으며 2002년에 접어들면서는 오히려 그 수가 줄었었다. 2005년에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던 벤처기업 증가세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벤처 창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데는 현 정부가 쏟아내는 중소벤처 중심의 기업 친화정책이 한몫하고 있다. 청년 및 1인 창업 대안, 히든챔피언 양성, 대-중소 상생 기조 등 벤처기업을 위한 정책과 현안들이 끊임없이 논의되면서 창업 분위기에 불을 지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새내기 벤처가 급속도로 느는 것과 관련해 선배 벤처인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충분한 준비 없는 창업으로 후배 벤처인이 꿈을 피우기도 전에 실패와 좌절을 맞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선배 벤처인들은 창업과 사업을 위해서는 예비 벤처인들이 비전, 기술, 차별성 등 몇 가지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선배 벤처인이 말하는 벤처경영을 위한 기본적인 소양을 `VENTURE` 철자에 맞춰 일곱 가지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벤처창업 7가지 소양을 갖춰라
△Vision-비전은 이제 막 창업 단계에 있는 기업에 사명과도 같은 가치다. 초기 벤처기업은 시장에서 인지도가 없게 마련이다.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르고 있을 때 회사는 비전으로 고객을 만나야 하고 비전으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한다. 간혹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도 확고한 비전은 창업자 자신이 방향성을 잃지 않고 다시 힘을 얻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경영자의 주요한 평가 척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단발성의 문제해결보다는 정확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사업 방향을 포함한 미래 좌표를 설정하고 종업원들과 미래 비전을 공유해 나가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목표를 향해 일관성있는 경영을 통해 전사가 하나로 정진하는 모습을 만들어야 성공을 이끌 수 있다.
△Energy/Emotion-에너지는 벤처를 벤처답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역동성을 갖추었을 때 그 에너지를 통해 회사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해나가며 계속해서 도전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의 표출은 냉정해야 되며 결코 감정에 기반을 두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의욕은 때로는 판단의 기준을 흐리게 하거나 주변에 폐를 끼치기도 한다. 특히 갈수록 복잡해지는 산업사회에서는 개인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위해 상황에 맞게 에너지를 분출하는 감성지수를 올리는 일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회사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추진력이지만 감성이 배제된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의 분출은 독선적인 선택을 하거나 상대방과의 소통 채널을 막는 방해요인이 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는 회사와 사람간의 네트워크와도 연관돼는 얘기다.
△Network-사업은 결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벤처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외부 전문가 집단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21세기 지식사회에서 혼자 힘으로 모든 분야에 대해 전문가적 지식을 축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업관계에 있어 지인은 단순한 인맥을 넘어 정보채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신제품 개발, 신규시장 진출, 경쟁사와의 경쟁에 있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로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무조건 네트워킹을 확대하는 전략은 비효율적이다. 휴먼 네트워킹에서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데 우선 개인의 비전과 장기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집단을 설정해야 한다. 우선 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셈이다. 또 인맥 네트워킹을 확대하기에 앞서 본인 스스로가 상대방에게 일정한 가치를 제시할 수 있도록 스스로 충분한 전문 지식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새로운 미디어 채널을 활용해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고객과 손쉽게 소통하며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일반소비재 생산 및 서비스 관련 기업은 SNS를 통해 수많은 고객과의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들의 의견을 최일선에서 수용하고 이를 반영해 오류의 기간을 줄이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기본적인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
△Technology-`비전`이 벤처의 심장이라면, 기술은 벤처의 `두뇌`라고 할 수 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기술이 없는 벤처는 영업이나 마케팅은 물론이고 회사의 비전 확립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처럼 각 기업들이 영역 구분 없이 사업을 벌이는 무한경쟁에서는 기술력이 곧 글로벌 기업들과 맞설 수 있는 무기다.
기술의 중요성은 임직원들에게서도 잘 나타난다. 기술지식을 기반에 두고 경영학 지식을 습득하는 직원들은 보통 3년이 넘는 시점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반면에 경영철학이나 기업 메커니즘에만 익숙한 직원들을 이를 넘어서지 못한다. 벤처도 마찬가지로 창업 후 3년 이후의 영속성을 원한다면 어떠한 기술이 각광받을지, 새로운 기술이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Unique-미 스탠퍼드대 석좌교수인 제프리 페퍼 교수는 “남들과 똑같이 행동함으로써(정상적이기를 바라면서) 탁월한(비정상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탁월한 성과를 기대한다면 경쟁사와 다른 조직이 무엇을 하는 가에 개의치 않고 경영자로서 해야 할 일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찾아 실천해야 한다.
특별함은 다양한 형태로 구현할 수 있다. 기술이 특별할 수도 있고 구성원, 문화, 때로는 독특한 사업 아이템으로 그 회사의 존재 자체가 특별함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벤처신화의 대표적인 예인 구글의 자유로운 사내 업무문화처럼 회사의 독특함은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사소한 특별함들이 하나씩 뭉칠 때 평범한 시장에서 시장을 이끌어가는 놀라운 아이템을 창조하게 된다.
△Retry-재도전의 용기. 이는 어쩌면 창업보다 어려운 일이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것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다시 일어서려는 열정은 벤처의 가장 숭고한 가치라고 선배 벤처인들은 말한다. 실패를 좌절로 연결하지 말고 재도전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라는 조언이다.
실제로 실패는 회사 경영에서 수도 없이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회사를 설립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당초 세웠던 목표를 정해진 기간 내에 달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찌 보면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실패하고 또 도전하는 생활의 연속이 창업 기업가가 겪어야 할 과정인 셈이다. 하지만 작은 목표들을 달성하면서 성공체험을 몸에 익힌다면 역경을 헤쳐나가는 능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재도전의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전공, 보유기술, 경험에 얽매여 시야가 좁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때로는 과거 자신이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대처해 나가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Employee-대부분의 기업은 고객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고객 만족을 통해 회사 성장을 꾀하고 싶다면 직원들의 행복을 먼저 챙겨야 한다. 회사의 성공을 위한 `행복경영`의 선순환 고리는 `행복한 직원`에서 출발하여 `고객의 행복`을 거쳐 결국 회사의 가치 확대로 되돌아온다. 벤처가 움직이는 원동력인 독특함과 에너지, 비전 등 모두가 그 구성원에서 시작되는 만큼 직원에 대한 투자는 곧 회사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물론 자본규모가 약한 벤처기업에서 직원들의 행복을 챙기는 일은 어렵다. 이에 회사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고민해야 한다. 흔희들 `직원 행복`이라 하면 복리후생을 생각하겠지만 이보다는 오히려 직원들에게 미래의 확신을 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대표적으로 `자기개발`과 `교육` 지원을 들 수 있다. 직원들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 그곳에서 개인의 성취감, 발전, 비전을 발견한다면 그들의 소속감을 더 커질 것이다.
[소박스] 벤처경영, “인사가 만사다”-김성경 스냅스 대표
“인사가 만사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서비스도 실현하고자하는 사람들이 의지를 갖고 추진해줘야 성과로 연결됩니다.”
온라인 사진인화 업체 스냅스의 김성경 대표는 벤처경영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남대문시장 카메라 판매상에서 국내 온라인 포토북 시장 1위의 스냅스에 오기까지 모든 것이 자신과 뜻을 함께한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벤처의 비전과 사업계획, 정책 등은 기업가가 정하지만 정작 이를 실현하는 사람들은 직원들”이라며 “직원 한명 한명의 가치를 키우는 것이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조직원들의 수가 적은 만큼 직원 역량 강화의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는 지론이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1인 창업`에 대해서도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가 말하는 1인 창업은 혼자서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닌 경영자 한 명, 개발자 한 명, 기획자 한 명 등 각 업무가 최소 정예멤버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사업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혼자서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하지만, 이 기간이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프로들이 즐비한 시장에서 승률은 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경영은 결코 혼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 업무에는 그에 맞는 적임자가 있게 마련이고, 대표자는 그 사원들의 역량을 키우며 함께 공동의 목표를 갖고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구성원들의 능력이 하나로 모일 때 비로소 회사의 잠재력이 나오게 됩니다.”
김성경 대표는 “많은 벤처기업들이 이직과 퇴사를 이유로 직원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기업의 성장을 원한다면 시장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구성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고 내 사람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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