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요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녹색` 관련 포럼이나 세미나가 많다. 운영주체도 정부나 국회에서부터 산하기관 · 시민사회단체 · 기업 등 다양하다. 이런 포럼들은 전문가집단을 활용해 정책 입안을 위한 제언이나 녹색기술 · 비즈니스 관련 연구과제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녹색 관련한 포럼에 참석하다보면 다양한 화두가 뛰쳐나온다. 과연 어디까지가 녹색이고, 녹색사회는 뭐고, 어떻게 하는 게 녹색생활인지, 녹색소비는 뭐고, 녹색제품 · 녹색기술은….

진정한 녹색사회를 만들기 위한 생활수칙까지 등장한다. 안 쓰는 전자제품 플러그 뽑기, 냉장고 여닫기 횟수 줄이기, 적정 실내온도 유지하기, 절전기능 사용하기, 빨래 모아서 세탁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알뜰살뜰 아이디어가 총 집합한다.

불편하더라도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일상화되고 자연스럽게 녹색생활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그렇지만 단지 몇 천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획기적인 인식전환 없이는 어려운 문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이 내놓는 답은 아주 간단하다.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축에 드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 굳이 절약하자고 외치지 않아도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기요금을 올려서 한국전력 같은 전기공급자의 적자를 보전해주자는 게 아니라 요금 인상으로 인한 수입자금의 유동성을 높이고 국민들이 다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전제되면 녹색생활의 현실화가 더욱 빠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마트그리드 세상이 구현되면 전기요금 현실화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하지만, 역시 가격체계에 대한 고민 없이 저절로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한전이 줄기차게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장해 왔고, 최근에는 화석연료로 쓰던 냉난방, 전열 기구까지 전기로 대체하는 등 너무 헤프게 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여름도 아닌 겨울에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한 것이다. 얼었던 경기가 풀리고 생산 활동이 활성화하면서 전력수요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전기를 쓰는 전열 기구 사용량 증가도 일정정도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는 해묵은 이슈다. 최근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급변하면서 일부 분야의 전기요금은 유가에 따라 조정하기로 결정됐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 공공요금을 비롯한 모든 물가가 줄줄이 올라가기 때문에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표심의 눈치를 봐야하는 국회는 더 그렇다. 국민의 정서를 건드리는 사항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고양이 목에 전기요금 현실화라는 `방울`을 다는 역할은 누가 해야 할까. 국민 스스로 하는 방법 밖에 없을까.

주문정 · 그린데일리 부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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