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조오~ 시이~작! 하나 둘 셋 넷….”
아침 7시 50분쯤 서울 영등포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본관 1층에서 음악과 함께 들려오는 소리다. 힐끗 돌아보면 여러 직원이 모여 조회에 곁들인 `국민체조`를 하는 것 같다.
8시 50분쯤 국민체조 음악과 구령 소리는 한 번 더 들린다. 영등포 보현의집에서 잠자리 신세를 진 노숙인과 직원이 모여 함께 체조를 할 때다.
인터넷에서 살펴보았더니, 숨쉬기로부터 다리 · 팔 · 목 등으로 이어지는 국민체조 12개 동작을 한 번 하는 데 2분 30초 정도 걸린다.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흐느적거리는 조회 참석자의 팔과 다리…. 땀 흘려 몸 푸는 `국민체조`의 목적과 가치가 힘을 잃은지 오래다. 모든 면에서 군사적 관점이 우선이었던 `병영국가`에나 어울릴 체조니까.
정부가 그 체조를 보급한 게 1977년 3월부터였다니,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3학년이던 기자는 귀에 못이 박히듯 `국민체조` 음악과 구령을 들었다. 21세기에는 귓전에 닿는 음악과 구령 횟수가 뜸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불현듯 그 소리와 맞닥뜨리면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국제전화 국민번호~ 시이~작! 공 공 칠 공 공….”
최근 시작한 어느 통신서비스사업자의 국제전화 TV 광고에서 들리는 소리다. 귀에 못이 박히듯 했던 `국민체조`를 흉내 냈기에 귀에 이어 눈이 따라갔다. 아름다운 동갑내기 여배우가 구령을 붙이고 있었다. 광고를 보다가 피식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니, 노출효과는 좋아 보였다. 하지만 못내 씁쓸한 것은 그 음악, 그 느낌이 병영국가 시절의 찌꺼기일 수 있어서다. 더욱 달갑지 않은 것은 그 잔재의 뿌리가 일제 강점시절로부터였기 때문이다.
낡은 생각과 생활양식의 찌꺼기는 생각보다 떨어내기가 어렵다. 1999년 “군국주의 유산인 군대식 체조나 정형적인 동원형 체조를 탈피하자”며 `국민체조`를 대체할 `새천년 건강체조`를 만들었지만, 그런 게 있는 걸 아는 이가 드물다. 지난달 17일 밤 서울 지하철 5호선 일대에서 카빈 소총을 들고 훈련하던 예비군의 왼팔에 `멸공` 완장이 선명했던 것처럼!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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