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남호기 남부발전 사장

“남부발전의 목표는 세계 발전회사의 모델이 되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재무적인 성과는 물론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국민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죠.”

한국남부발전을 이끄는 남호기 사장의 포부다. 한국전력 말단 직원부터 시작해 남부발전의 사장이라는 명함을 갖게 된 지금까지 늘 꿈어왔던 미래다.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는데 무려 40년이 걸렸다. 그만큼 목표가 명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구체적이다.

우선 그가 취임 후 내세운 건 △전문역량 강화 △원가중시 경영 △녹색성장 추구 △노사 신뢰 존중이라는 방향성이다. 이는 세계 발전회사의 모델이 되는데 방향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4가지 방향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설립목적인 수익을 추구하되 개인과 회사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동시에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남 사장은 이를 위해 경영 선진화와 조직 혁신, 그리고 성장 동력 창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남부발전 경영 선진화의 핵심은 `3030 전략`으로 요약된다. 이는 △원가절감 △미래성장동력 확보 △녹색성장 강화 △기술 선진화 △업무관리 선진화 △인사 · 조직 선진화 △신뢰와 존중의 노사관계 등 총 7대 분야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30개의 전략과제를 도출, 실행함으로써 생산성을 30% 향상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고착화된 공기업의 조직을 혁신하는 방식으로 MIT를 운영 중이다. MIT는 Management Innovation Tower의 약자로 사업소의 경영 개선활동을 새롭게 발전시킨 현장 중심의 고강도 경영혁신 조직을 뜻한다.

30% 가량의 원가를 절감하고 설비 고장률 0%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남부발전의 핵심 발전소인 하동화력본부는 MIT로 지난해 연간 960억원의 경영수지를 개선한 바 있다.

남 사장은 이 같은 경영 선진화와 조직 혁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해법을 삼척그린파워에서 찾았다.

“발전소의 경우 이미 기술은 대부분 확보된 상태입니다. 결국 연료 싸움이죠. 석탄광산 하나만 잘 보유해도 비용이 30%나 줄어듭니다.”

삼척그린파워의 경우 연료인 석탄의 열량이 기존 탄에 비해 70%에 불과하다. 당연히 발전원가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석탄을 곱게 갈지 않아도 돼 추가 설비가 필요 없고 나무 조각도 연료로 쓸 수 있다.

관련 특허만 100개가량 출원할 계획이다. 기네스북에도 올린다는 구상이다.

남 사장은 “발전량의 10%는 태양광과 풍력 · 파력 등으로 구성해 종합발전단지를 만들어 관광명소로도 활용할 계획”이라며 “발전소 연돌(굴뚝) 위에서 일출을 보고 발전소를 견학하는 코스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처럼 삼척그린파워는 성장 동력만이 아닌 기후변화대응에도 효과적이라 발전소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는 게 남 사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2012년 도입되는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에 대응키는 어렵다.

이를 위해 준비한 게 바로 탄소포집재사용(CCR)이다. CCR(Carbon Capture Reuse)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재사용하는 것으로 남 사장의 아이디어다. 이를 위해 세계 최초로 300㎿급 건식 이산화탄소 포집플랜트도 설치된다.

남부발전은 지난달 10일 캐나다 맨트라 등과 협약을 맺고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전기분해해 개미산(Formic Acid)을 제조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하는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14년엔 삼척그린파워에 100톤 이상 규모의 상업용 설비도 설치할 예정이다.

남 사장은 “CCR은 RPS 대응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 삼척에 이산화탄소 R&D센터를 설립해 관련 기술개발은 물론 인재 양성과 사업화 지원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척그린파워와 CCR이 각각 남부발전의 성장과 RPS 대응에 있어 핵심이라면 이 둘을 포괄하는 것은 풍력이다. 풍력발전의 보급을 통해 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난제를 한 번에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남부발전은 일찌감치 풍력에 눈을 뜬 경우다. 지난 2004년 3월 발전회사 최초로 제주도에 6㎿규모의 한경풍력 1단계 사업을 준공했다. 이후 2007년 2단계와 성산풍력 1단계 등을 거치면서 대표적인 풍력발전 운영 기업으로의 위상을 굳혔다.

지난해에는 국산 풍력발전기의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해외시장 진출기반을 조성키 위해 국산풍력 100기 공동사업 협약을 맺기도 했다. 국산 풍력발전기로 이뤄진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는 것이다.

“RPS에 대응한다고 단순히 외국산을 가져다 설치할 수는 없습니다. 국내 산업을 일으키는 게 중요합니다. 어찌 보면 기회입니다.”

남 사장이 말하는 풍력은 국내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열쇠다. 외국으로의 진출도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남 사장이 100기를 보급하겠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산 제품을 사고 싶어도 인증받은 게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살 수도 없죠. 우리가 구입해서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대신 위험도 나눠 갖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남 사장의 아이디어다. 기자재 업체와 공동으로 풍력발전단지 건설에 투자해서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기자재 업체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군산공장을 짓게 된 것도 수요처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육상풍력으로는 실증단지는커녕 RPS 대응은 꿈도 못 꾼다. 발전회사 5개가 모두 풍력만 설치할 경우 2020년까지 5000기를 설치해야 한다. 해상풍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남부발전은 제주와 전남 고흥 해상 등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상태며 제주도 한경면 해상에 5㎿ 2기 규모의 해상풍력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남 사장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우 인근 바다에 대한 정보와 정부의 지원만 있으면 해상풍력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 해저 상황에 대한 정보를 파악, 제공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문제는 해상풍력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다.

풍력발전기를 해상에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물론 거기서 생산된 전력을 육지로 끌어오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정부에서 RPS 도입 시 해상풍력의 가중치를 2배로 해주기로 결정함에 따라 해상풍력 보급 사업에 어느 정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남 사장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40년을 전기인으로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보답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임기 내에 무언가를 더 이루기보다는 차기 또는 차차기 사장이 더 큰 업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게 제 임무죠. 2020년 연간 매출 12조원의 국내 최대 발전회사로 성장해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발전회사의 모델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정리=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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