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2차전지 시장을 잡아라"

지난 7월 사진 한 장이 국내 일간신문 1면을 장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악수를 하는 장면이었다. LG화학이 3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미시건주 홀랜드 지역에 2차전지 공장을 짓기로 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기공식에 직접 참석한 것이다. LG화학은 이 공장에서 생산한 2차전지를 GM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와 포드 `포커스`에 공급하기로 했다. 국산 배터리가 세계적 전기자동차의 `심장`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날 행사는 한국의 에너지저장 기술을 세계에 널리 알린 쾌거로 평가된다.

◇향상된 기술력=우리나라의 에너지저장 기술력은 최근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전자신문이 이디리서치와 공동으로 조사한 그린에너지기술지수(GETI) 2차전지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는 일본 ·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GETI는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특허평가 전문기관 이디리서치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미국 특허(IP)를 기준으로 기술경쟁력을 수량화한 지표다.

2차전지 분야 3574건의 특허를 분석한 이번 조사 결과 한 · 미 · 일 3국이 미국 특허의 94%를 차지했다. 일본이 66%(2206건)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미국(19% · 679건)과 한국(13% · 463건)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특허가 증가한 수치를 따졌더니 우리가 71건으로 미국과 공동 2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특허 건수도 70건에서 99건으로 늘었다.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별로도 삼성SDI가 308건의 미국 특허를 보유해 3위에 오른데 이어 LG화학도 70건으로 첫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넘어야 할 산=최근 기술력이 크게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문제점도 많다. 현재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은 모바일 기기용 소형 중심에서 자동차용 · 에너지저장설비 등 중대형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여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소형 시장은 향후 10년간 2.3배 증가해 220억달러에 그치지만 중대형 시장은 19.3배 증가해 559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소형 시장에서는 일본 · 중국과 3강체제를 형성했으나 중대형 부문에서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2차전지 양산에만 성공했을 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나 신재생에너지용 에너지저장 장치는 아직 기술개발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원천기술 부족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전지제조 분야에서는 100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재부문에서는 50에 그치고 있고 원천기술은 30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다. 이 때문에 2차전지 실질 국산화율이 20%를 밑돌면서 지난해 11억달러 규모 2차전지 소재를 수입했으며 이 가운데 55%를 일본에서 들여왔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전기차용 2차전지 개발에 우리나라는 400억원을 투자하는데 반해 일본은 4000억원, 독일은 5300억원을 투자하며 미국은 무력 55배나 많은 2조500억원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에너지저장장치의 경우에는 지난해까지 정부지원 R&D가 한 건도 없을 정도였다.

2차전지 분야에 참여하는 기업들 역시 대기업은 8개 정도에 불과하고 20여개 업체가 중소기업이어서 투자 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R&D를 수행할 인력도 부족해 올해부터 2013년까지 4년간 필요한 석박사급 연구 인력은 1436명이나 되지만 국내 주요대학에서 배출하는 관련 인력은 연평균 46명에 불과하다. 이밖에 개발된 에너지저장 기술을 평가할 표준 및 검증 인프라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산학연관 협력으로 시장 선점 나선다=우리나라가 2차전지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지난 7월 부처 합동으로 2020년까지 15조원을 집중 투자해 전지 생산 세계 1위, 소재 국산화율 75%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했다. 이미 경쟁력을 갖춘 소형전지 부문은 시장에 맡기고 중대형 부문에 모든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특징은 2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 · 학 · 연 · 관이 똘똘 뭉쳐 역할과 부담을 분담하기로 한 점이다.

민관이 공동으로 4조원 규모의 R&D 자금을 조성하고 기업들은 11조원을 투자해 소형 및 중대형 2차전지 생산설비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학과 연구소는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제공하고 아울러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양성해 기업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 내에서도 지식경제부는 상용화 기술을, 교육과학기술부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한다. 국내 협력을 넘어 미국 · 유럽연합 등과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며 인력교류 · 국제컨퍼런스 유치 등도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2차전지 핵심소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WPM(World Premier Material) 프로젝트를 가동해 2018년까지 양극소재와 음극소재 등 2차전지 차세대 핵심소재를 개발하기로 했다. 또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를 통해 소재 전문 중견기업을 적극 육성함으로써 2020년까지 최대 10개 업체를 각 분야 세계 10위 이내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에 더해 소재기업의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지업체가 국산 소재를 구매해 손해를 입을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신뢰성보험 등을 신설하고 정책금융공사 등을 통해 투자자금 지원도 늘릴 예정이다.

또 선순환적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고급인력 양성 양성을 지원하고 2차전지 시험 · 평가 · 인증을 위한 체계도 신설하게 된다. 특히 제품 실증을 위해 2차전지 버스 운행, 전기자동차 공공기관 시범 보급, 실증단지 건설 등의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기술 특허 대응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특허자문단을 2차전지 관련 협회에 설치해 운영하고 관련 포털구축, 컨설팅 제공 등도 이뤄진다.















<표1> 주요국 2차전지 분야별 기술개발 동향

자료: 지식경제부(2010)

<표2> 국가별 2차전지 기술수준 비교

자료: 지식경제부(2010)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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