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보조금에 저속전기차 업체 해외로 눈돌려

중소 전기차 업체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국내에선 보조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판매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국내보다 일본 · 유럽 · 미국 등이 친환경차에 오히려 관심이 높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T&T(대표 이영기), AD모터스(유영선), 레오모터스(이정용) 등 전기차 업체들은 해외 지사 설립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CT&T. 이 회사는 올 한해 지난 8월까지 미국 · 일본 · 유럽 · 대만 · 중동 등지로 자체 개발한 전기차 `이존(e-Zone)` 500∼600대를 공급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CT&T는 77만엔의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어 소비자 구매가격이 100만엔 선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들은 좁은 차로와 비싼 유류비에 경차를 선호하고 있어 연내 300대 이상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CT&T는 중국 · 미국 · 유럽에도 해외법인을 거점으로 제품을 선보여 저속전기차 시장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전기차 `체인지`의 후속버전을 준비하는 AD모터스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는 이달 중 중국 선전에 지사를 세운데 이어 10월에는 미국 지사를 캘리포니아주에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들 법인을 통해 합작 생산 법인을 설립하면 친환경 차량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는 저속전기차를 중심으로 제품을 내놓고 해외에선 시속 60㎞ 이상 운행이 가능한 고속전기차로 승부를 건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개조업체인 레오모터스도 해외 시장 진출을 고려 중이다.

이 회사 이정용 사장은 “전기차 개조 분야에서 노하우가 점차 쌓이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국내 전기차에 관심이 커 기술 협력이나 수출을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저속전기차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데는 친환경 리튬이온 배터리 탑재로 가격이 승용차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보조금 없이는 국내 판매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 비중이 대당 800만∼1000만원에 달하는 데 다른 장치를 장착하면 소형 경차라도 가격은 2000만원을 훌쩍 넘어 경제성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속전기차도 리튬이온을 탑재할 경우, 배기가스 노출이 전혀 없는 무공해 차량인데 정부가 보조금을 주지 않고 고속전기차에만 주는 것은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며 “중소기업들이 국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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