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부회장은 LG그룹 전자 계열사에서 20여년 이상 잔뼈가 굵었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삼남이자 구본무 회장의 동생으로 오너 일가 중 전문경영인으로 자질과 성과를 일찌감치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오너의 귀환`으로 LG전자 앞길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데도 이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수치에 밝으며 연구개발 등 근본 경쟁력에 집중하는 현장경영 스타일이다. 1987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후 1997년 LG반도체와 1999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CEO를 거쳤다. 2007년부터는 LG상사 대표를 지냈다.
하지만 1999년 LG반도체 대표이사 재직 당시 4대 대기업 간 구조조정(빅딜) 과정에서 반도체사업부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넘기는 등 굴곡과 위기도 겪었다. LG전자와 LG반도체가 각각 영위하고 있던 LCD사업을 분리해 별도 전문회사인 `LG LCD` 설립을 주도했다. 네덜란드 필립스사에서 당시로선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달러 외자 유치와 함께 합작사(LG필립스LCD)를 설립했다. 이후 구 부회장은 과감한 투자로 출범 4년만인 2003년 전 세계 LCD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르는 등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선두업체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구 부회장 리더십은 2006년, 착공 2년 만에 준공된 세계 최대 규모 파주 LCD클러스터 구축에서도 잘 나타났다. 구 부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50만평 규모의 7세대 LCD 패널 공장은 당시에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안착했다. 하지만 2006년 LCD 가격 급락 등 외부 악재로 인해 8000억원에 가까운 누적 적자를 기록해 2007년 LG상사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구 부회장은 이어 LG상사 대표 취임 이후 뚜렷한 성과를 올려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LG상사는 2008년 158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전년보다 171.2%나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161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최근 보수적인 의사결정과 수동적인 경쟁 전략으로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구 부회장이 그동안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강화 및 현장경영으로 LG전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1951년생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초 미국 시카고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AT&T에 근무했었고, 1990년대 초에는 LG전자(당시 금성사) 일본법인에서도 근무했다. 지금도 영어와 일어로 회의를 주재할 수 있을 정도의 외국어 능력을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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