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전자 부회장의 전격적인 사퇴는 부진한 경영실적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LG그룹 경영진 역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남 부회장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바뀌는 것 없다”는 말로 남용 CEO에 대한 신임을 나타냈었다. 당시 솔솔 흘러나오던 LG전자 고위경영진에 대한 교체설과 관련, `전장에서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라는 뜻을 밝힌 셈이었다.
하지만 2분기에 이어 3분기 예상실적이 나오면서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에 대한 대응 부재 여파로 2분기 연속 `어닝쇼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남용 부회장의 자진사퇴를 두고, 애플발 아이폰 태풍이 여의도 LG전자를 강타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남 부회장이 강조했던 소위 `투자 대비 효과(ROI) 경영`이 급격하게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는 이동통신 시장의 흐름을 발빠르게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MC사업부가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는 전사적으로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6년 만에 글로벌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성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통신사업부에서 파급된 문제가 다른 사업으로 넘어가면서 3분기에 1000억원 전후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단기성과 보다는 하부 조직개편을 하면서 체질 개선을 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3분기 적자의 원인은 철저하게 스마트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모든 사업부가 어려움을 겪는 지금이 바닥일 수 있다”고 LG전자의 저력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최소한 전략모델급인 스마트폰이 3대 이상 있어야 흑자전환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3분기 LG전자 실적은 휴대폰부문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면서 800억∼10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부문 영업이익률은 2분기 마이너스 3.8%에서 7%대로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휴대폰 영업이익 역시 마이너스 2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에어컨 및 신사업을 담당하는 AC사업부 역시 계절적 요인 및 신사업에 대한 대규모 선행투자의 영향으로 수익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LCD TV를 판매하는 HE사업본부는 유통재고에도 불구하고 2분기 보다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 17일 LG전자 사령탑에서 물러난 남 부회장은 1976년 LG전자에 입사한 후 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전략가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2007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12월 20일 단행된 정기인사에서 재신임됐었다. 당시 그룹 경영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기조를 이어가는 남용 부회장에 대해 재신임을 했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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