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에 접어들면 명절 연휴만큼 기다려지는 보고서가 있다. 바로 통합역량성숙도모델(CMMI) 9월 보고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SEI)가 매년 3월, 9월 두 차례 발행하는 `프로세스 성숙도 프로파일` 보고서는 반기 동안 CMMI 레벨 인증을 획득한 기업을 대상으로 CMMI 레벨 획득 기업이 어떤 성격의 조직인지, 어떤 산업인지, 임직원 수는 몇 명인지 등 프로파일을 소개한다.
특히 나라별로 CMMI 인증 획득 기업 누적 수를 보여주는데, CMMI가 SW 개발 프로세스 프레임워크의 성숙도 향상 모델인 만큼 특정 국가의 CMMI 획득 기업이 많을수록 그 나라의 IT서비스 성숙도가 높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곤 한다.
IT서비스 강국인 인도는 2010년 3월 CMMI 프로파일 보고서에서도 단연 두드러진다.
최고 수준인 CMMI 레벨5 인증 획득 기업만 보면 인도가 189개로 1위다. 미국이 141개, 중국이 48개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으며, 4위와 5위는 일본(17개), 브라질(11개)이다. 8개인 우리나라는 필리핀과 함께 공동 6위를 차지했다.
IT강국임을 자처하는 우리나라가 고부가가치 IT서비스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인도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된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경험해 본 IT관계자들은 인도가 프로세스 체계화에 열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사람이 `알아서` 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모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일일이 조목조목 지시해야만 일이 처리된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듯 상식적인 수준의 융통성을 기대해서는 낭패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수립해 두고 그 틀에 맞추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도는 IT인력 수요가 높아 이직률도 높다. 인력 이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잘 만들어진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비숙련자가 대신할 경우에도 업무 공백 기간이나 품질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인도의 IT기업이 더욱 존경스럽다.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실행에 옮겼고 강력히 추진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IT기업이 인도 IT서비스 기업을 롤모델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