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美IT기업들, 배당엔 짠손

시스코시스템즈, 구글, 애플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현금을 쌓고 있지만 주주들에 대한 배당은 성의표시만 하거나 아예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이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가 이번 주 소규모 배당계획을 발표했지만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391억 달러(한화 45조5천억)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존 챔버스는 14일 배당수익률이 1∼2% 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코시스템즈의 최근 주가가 21달러59센트인 만큼 주당배당은 22∼43센트에 불과하다.

이같은 시스코시스템즈의 조치는 구글과 애플 등 다른 현금부자들의 배당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2%인데 비해 이 지수에 포함된 IT기업의 배당수익률은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존 챔버스는 정확한 배당규모는 의회가 올해 말 종료되는 배당수익에 대한 세금 감면조치와 송금수익에 대한 법인세율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 이번 배당발표가 주주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린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배당에 대한 세금 감면조치가 현 상태로 유지된다면 현금부자인 IT기업들이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감면조치가 실시된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 배당을 했고 퀄컴이 2004년에 배당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스코시스템즈와 구글, 애플 등 현금성 자산이 많은 IT기업들은 감면조치 이후에도 여전히 배당을 하지 않았다.

또 존 챔버스가 언급한 것처럼 이들 기업은 보유 현금의 상당부분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본국으로 송금할 경우 과세대상이 되기 때문에 배당이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보유중인 현금은 투자와 인수, 주식 재매수, 유동성 유지 등에 필요하며, 한번 배당을 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배당을 기대하기 때문에 배당결정에 신중하게 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애널리스트 스콧 케슬러는 "대기업들의 현금이 과도하다"며 "2% 정도의 배당은 유동성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당을 하게 되면 성장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는 잘못된 인식들이 있다"며 "시스코시스템즈나 애플, 구글 등은 4∼5%의 배당수익률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