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무선통신망 구축의 올바른 방향

지난 3월 사상 초유의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하여 초동대응, 군 지휘 보고시스템의 문제점이 연이어 드러남에 따라 우리 군의 위기 대응체계 재정비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국민의 재난안전에 대한 관심 또한 크게 증대되었다. 특히 군 내부의 정보공유와 협조체계의 부실이 지적된 상황에서 국내의 재난안전 관련 무선통신망 및 시스템 또한 원활한 협업의 부재라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조속한 해결이 중요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무선통신망 구축 의사결정이 2년 가까이 지연된 상태에서 기존 시스템의 내구연한 도래에 따른 재투자 및 증설, 신규 사업의 투자 의사결정 등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지하철 7호선 연장간 열차무선설비 증설 논란이 이와 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통합지휘무선통신망의 경우에도 운영을 맡고 있는 소방방재청이 7월5일 ‘통합망 활성화 대책 마련 브레인스토밍’을 개최하여 투자가 중단된 현 상황에서 서울·경기 지역 소방, 경찰 등 유관기관이 이용 중인 통합망에 대한 활성화 추진 대책을 논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투자의사결정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별도로 제시되지는 않았다.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재난은 불확실성, 상호작용성, 복잡성의 증대라는 특징을 갖는다. 재난관리의 어려움이 증폭되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범국가적인 재난관리 혁신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환경오염, 도시개발, 자연훼손 등에 따른 전 지구적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재난이 대형화, 집중화되는 현상이 급속하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산업시설의 노후화, 다중이용시설의 증가 및 생활공간의 밀집화가 가속화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발전 및 도시화에 따른 새로운 재난취약 구조도 형성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게다가 테러, 무력시위, 파업, 전염병 확산과 같은 사회재난 가능성은 오히려 증대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화·다양화·복합화된 재난환경에서 더 이상 단일기관의 힘으로는 체계적인 대응이 어렵다. 때문에 다양한 재난 관련 기관간 협력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다수의 연구들이 재난관리체계의 내부적인 상호작용에 관심을 갖고 거버넌스 측면에서 관련 기관간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라 주장하였다. 현재와 미래의 재난대응체계에서 파편화된 관련 기관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연계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재난 발생 시 참여하는 재난관리책임기관, 긴급구조기관, 긴급구조지원기관의 현장담당자들은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무선장비를 현장대응에 활용하여 왔다. 재난관련 기관이 이용하는 무선통신 방식은 UHF, VHF, 아날로그 TRS, 디지털 TRS와 같이 다양하다. 그러나 다른 방식의 무선통신은 상호 연계가 어렵고, 같은 종류의 무선통신망을 사용한다 해도 주파수 대역이 서로 달라 기관 간 직접적인 무선통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업무범위가 다르고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재난 관련 기관들이 현장에서 신속·정확한 의사결정 및 일사불란한 구조작업이 이루어질 있도록 통합된 재난안전무선통신망 구축(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계획)이 계획되었다. 이 계획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TETRA(TErrestrial Trunked RAdio) 기술을 활용하여 시범 및 확장 1차 사업이 진행되었으나 특정업체 독점 문제, 사업의 경제성, 사업 추진방식의 적절성 등에서 논란이 제기되어 현재는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이다.

재난안전무선통신망의 미래

사업 중단에 따라 재난 관련 기관들의 자체 무선통신망 신ㆍ증설이 중단되어 무선통신망 미확보 및 장비노후화에 따라 재난 발생시 인명 및 재산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 계획을 수정ㆍ보완하여 새로운 개념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타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시급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2008년 3월 감사원의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감사를 거쳐 2009년 6월 발표된 사업타당성 재조사 결과로 인해 기존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 사업은 전면 백지화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09년말 행정안전부는 재난안전무선통신망 구축과 관련하여 새로운 계획안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의 용역을 통해 다양한 재난안전무선통신망 구축대안을 검토하고, 효율적 추진방향을 모색하였다.

재난안전무선통신망 구축대안으로는 TETRA, WiBro, iDEN 기술을 중심으로 기술·경제·정책적 구축 타당성을 검증하였다. 현 시점에서 사업을 바로 재추진하기에는 TETRA 기반 재난안전무선통신망 구축대안이 타당하며, 이는 기존에 추진했던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계획에 대한 체계적인 수정을 근간으로 한다.

기술 대체성에 검토를 충분히 고민하고 사업을 진행하였을 경우 WiBro도 구축대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대체성 검토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으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기술대체 가능성을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iDEN 기반 공중망 활용의 경우 기존 사업제안을 수정·보완한다면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재난안전무선통신망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대안의 경제적 타당성과 정책적 타당성을 높이는 분야별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을 도입해야 하며, 지하구간 통화권을 적절히 확보하여야 한다. 전용 주파수 확보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하며, 단말기의 투자 경제성 확보, 추가적인 편익의 개발이 필요하다. 정책적 타당성 확보를 위해서는 상위 계획과의 관련성 확보, 사업추진의지 및 선호도 개선, BPR 및 표준운영절차(SOP)의 효율적 추진, 관련 정보화사업과의 연계 효과 개선 방안이 요구된다.

의사결정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개선방안을 일부 도출하였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합의점을 도달한 상황은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2월 유관기관추진협의회의 합의를 통해 재난안전 무선통신 기술 방식에 대한 확정을 최대 2011년 말까지 연기하는 정책의사결정을 한 바 있다. 신중한 의사결정을 모색하는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2년이라는 기간은 의사결정을 지연하기에는 다소 긴 기간이며, 신기술에 대한 타당성 검증은 2010년 내에 마무리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확장1차사업 이후 재난 관련 기관들의 자체 무선통신망 신ㆍ증설이 중단되어 있어 무선통신망 미확보 및 장비 노후화가 심화되고 있어 재난 발생시 인명 및 재산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어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난안전무선통신망 구축 사업의 험난한 여정의 끝은 과연 언제쯤일까? 재난안전무선통신망 구축 사업은 논의가 시작된 지 8년, 사업 세부추진계획 수립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소규모의 시범 및 확장 1차 사업 진행 이후 사업은 답보상태에 있다. 오히려 구축과 활용을 위한 노력의 시간보다 사업추진 타당성 논란으로 인해 소모한 시간이 더 많은 듯하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사업이 지연됨으로 인해 재난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사업과 연관되어 있는 기업들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어떠한 사업방식으로든 간에 명확한 사업추진 방향이 확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현 상황이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유관기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기술 적용타당성을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하고, 관련 주파수 확보, SOP 마련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신중한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수년간 다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올바른 정책결정 방향이 아닐 수 있다. 신기술 검토의 경우에도 가능성을 가지고 수년씩 검토할 여유가 있는 사업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가능한 2010년 이내에 검증을 마무리하고,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되 유연성 있는 계획을 세워 향후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정책적 모델을 만드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지름길이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재난포커스 (http://www.di-focus.com) - 김사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융합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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