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모방형 인적 자원을 토대로 단 시일내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주입식 사고에 길들여진 인재들이 사회를 이끄는 시대는 끝났다. 창의적인 사고로 무장한 이른바 `호모 크리에이티브(Homo Creative)`가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지혜를 지닌 `호모 사피엔스`와 유희하는 `호모 루덴스`에 이어 `호모 크리에이티브`는 각 국가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할 존재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 같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인식하고 정부 주도로 현장 체험형 인성 교육을 적극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올해부터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참여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전 세계 선진국들은 수십년 전부터 일찌감치 창의적 체험 교육을 일상적으로 도입했다.
이에 본지는 창간 28주년을 맞아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공동으로 총 8회에 걸쳐 과거의 일방향적 낡은 교육의 틀이 아닌 새로운 창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 국내외 교육 현장을 찾아간다.
선진국 교육 현장과 연구기관을 직접 찾아 우리 교육이 놓치고 있는 핵심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21세기는 창의력의 시대다. 지식 기반 사회에서 창의적 인재는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혁신적 아이디어로 미래를 연다. 창의적 인재가 국가의 경쟁력과 부로 직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노동력과 자본이 사회의 근간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창의적인 인재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창의성이 보장되는 나라일수록 다양성과 자율성이 보장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미래 사회일수록 창의력은 어려서부터 반드시 지녀야할 필수 DNA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창의 인재로 승부=지난 2007년 미국 정부는 `미국의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교육시스템의 주요 요구사항에 관한 국가 행동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창의력 증진을 골자로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 로드맵 수립 등을 제시했다. 미국은 상당수의 창의력 함양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 운영한다.
한 해 앞선 2006년 영국은 창의성 교육을 위한 정부 지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창의력과 문화 교육 자문위원회(Creative and Cultural Education Advisory Board)`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문화예술분야의 창의성을 교육에 접목하기 위해 벌써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영국의 대표적인 범국가적, 창의성 교육 프로젝트인 CP(Creative Partnership)도 주목할 만하다. 건축가나 과학자, 미술가 등 다양한 방면의 예술가들이 직접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친다.
프랑스 교육부가 운영하는 교수학습지원센터(쎄렌)는 질 높은 창의 교육 소스 제공을 목적으로 프랑스 전역에 설립, 운영 중인 네트워크 센터다. 전문가에 의해 품질 관리와 인증이 이루어진 2000여 종의 자료를 공교육 교사에게 제공한다.
◇초라한 주입식 교육의 현실=이들 선진국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창의 교육을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고 관련 프로그램과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 학생들은 각종 국제 학력 평가에서 매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 2007년 `수학 · 과학 성취도 비교연구(TIMSS)`에서 한국 학생들은 수학 세계 2위, 과학 분야에서 4위를 각각 차지했다.
그러나 창의력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같은해 TIMSS 평가 결과 능동적 · 창의적 학습 수준을 측정하는 `자신감`과 `흥미도` 지수에서 한국은 49개국 가운데 43위라는 최하위 성적을 얻었다.
어려서부터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학생들은 지식을 습득하고 분석하는 훈련은 받았지만 스스로 사고하고 해결하는 창의력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매년 사교육을 위해 20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입시 점수를 올리기 위한 학원비와 과외비로 쓰인다.
◇움트는 창의 체험 교육=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제 32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대전 성덕중학교 김유림 학생이 눈길을 끌었다. 김 양은 어렸을 때부터 대전 원자력연구원 연구원 출신의 부모님의 영향으로 과학에 흥미가 많았고 바이올린을 배워 예술적 감수성도 풍부했다.
김 양이 개발한 작품은 `바이올린 고속 고감도 조율기`로, 평소 본인이 좋아하는 바이올린의 음을 조율하는 기기를 독특한 과학 원리를 적용해 직접 발명했다. 김 양의 꿈은 과학과 음악을 접목시킨 융합 분야에서 뮤지컬 사이언티스트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일방향적 주입 교육에 의해 높은 입시 점수를 따는 학생을 우수학생으로 인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대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입학사정관제 역시 학생들의 창의력에 주목한다.
정부는 `창의적 체험 교육`을 핵심 정책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내년부터 단계별로 시행되는 `창의적체험활동`이 그 예다. 기존의 재량활동 등을 모두 합쳐 학교가 창의 인재 육성에 적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구성해 교장 재량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또 과학 분야에서는 올 들어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정윤)과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대대적으로 교육기부에 참여, 학생들의 창의력 함양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기업들도 이른바 `교육기부`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이제 창의 교육은 특정 교육기관의 임무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동참해야 할 임무로 떠올랐다.
◇미니인터뷰-한국과학창의재단 김윤정 창의인재기획단장
“청와대에서도 창의 인재 육성을 핵심 정책 과제로 주목했습니다. 이제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 사회 전체의 문제로 부상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창의인재기획단을 이끌고 있는 김윤정 단장은 올 들어 말 그대로 눈코 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 임명된 이주호 장관의 의원 시절 보좌관과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실을 거쳐 올해 창의재단에 합류한 김 단장에게 `창의 인재 육성에 대한 데이터 분석부터 세부 시행방안까지` 모든 것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
김 단장은 “교육기관은 물론이고 기업도 생존을 위해 창의성을 주목하는 시대”라며 “학교에서는 2011년부터 시작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김 단장은 “전국에 흩어진 창의체험활동 공간 정보를 통합한 웹사이트를 오픈하는 등 실질적 도움을 줄 것”이라며 “창의적 체험활동에 참여를 원하는 학생이 거주 지역, 학생의 연령, 관심 있는 주제별로 관찰, 탐구, 토론 등 창의적 체험활동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최근 몇 개월간 기업들의 교육 기부 참여를 이끌어내기 이해 10대 주요 기업들도 방문했다. 기업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김 단장은 “기업은 창의 인재 양성 지원으로 향후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며 “해외 선진 사례 연구를 수행 중인데 우리가 본받을 만한 곳이 있다면 직접 찾아가 볼 생각”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공동기획=한국과학창의재단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