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다 잃기 전에 방송박물관 건립을!

김 성 호 객원논설위원 · 광운대 정보콘텐츠대학원장 kshkbh@kw.ac.kr



방송의 날(9.3) 행사가 대통령이 참석한 전야제를 시작으로 이틀간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런 행사도 필요하겠지만, 지금 그보다 중요한 사안이 방송박물관 건립이다. 한국방송사를 연구하는데 있어, 무얼 좀 깊이 들여다보려면 제대로 된 문헌이나 장비를 찾을 길이 없다. 예를 들면, 무선통신의 발명자 마르코니가 제작했다는 경성방송국 1Kw 송신기는 1946년 서울대 공과대학에 기증되었다는데, 행방조차 모르고 있다.

그러나 내가 방문했던 일본 NHK와 프랑스 FR3는 사뭇 달랐다. NHK에는 1925년 개국 당시의 편성표가 잘 보존되어 있었고, FR3에서는 초창기의 방송장비를 일별할 수 있었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못 살아서는 안 되지만, 어느 정도 살만하면 국민소득 몇 만 달러 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역사의 계승이다.

더 늦기 전에, 다 잃기 전에 방송문건과 장비를 보존할 집합소를 건립해야 한다. 그래야 기록성과 보존성이 부족한 우리가 과거를 천착하여 올바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러한 역사(役事)에 앞장설 방송 실세들이 너무 정치에만 목숨을 걸지 말았으면 한다. 또한 방송계 수장들이 자리 차지하고 보존하는 데 골똘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소중한 작업에도 나섰으면 좋겠다.

만시지탄이라 하고, 누구를 탓 할 것 없이 이제라도 서둘러야 한다. 바로 지금이 방송의 격변기이기 때문이다. 이 전환 시기에 아무도 챙기지 않다보면 많은 유산들이 일실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방통위와 방송협회도 나서야 하며, 방송사는 우선 KBS가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MBC, SBS 등도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방송의 일이며 더 나가서는 국가의 중대사이므로. 방통위원장과 협회장, 방송사 사장 등이 만나는 자리가 있을진데, 그런 장에서 이런 국가적이고 민족적인 아젠다도 심도있게 논의했다는 얘기를 좀 들었으면 한다. 선진 외국의 방송박물관을 벤치마킹 하고 국내의 무수한 공적 사적 박물관도 고찰해 보자. 늦었다고 자각할 때가 가장 빠른 길이다.

방송박물관 건립은 첫째 범 방송계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건대 역사 오랜 KBS가 앞장서야 하겠지만, KBS만의 박물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 속에 묻힌 TBC동양방송, DBS동아방송 등도 복원하여 수장되어야 한다. 반쪽의 역사는 분열과 갈등, 그리고 무관심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둘째, 한국방송박물관 자리는 남산에 있는 옛 KBS 청사에 건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1957년에 세워진 건물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남산의 정취어린 풍광으로 순례객들에게 안성맞춤인데다 교육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서울시와 방송계가 환지 또는 대토 등의 방안을 모색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되었으면 한다. 더 늦기 전에 다 잃기 전에, 방송박물관을 건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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