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컨버전스로 바뀌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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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지구

고융합씨 가족은 첨단 IT와 지능화된 컴퓨팅 기술이 컨버전스된 `더 똑똑한(smarter)` 지구에서 편안하고 쾌적한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의 똑똑한 생활을 탐구해보자.



# 유연한 근무로 삶의 질 향상

건설사 자재부에 근무하는 첫째 고첨단 대리는 요즘 출근하는 발걸음이 아주 가볍다. 아침 일찍 자재 인수가 있어 평소보다 출근이 이르지만 이전에 새벽부터 현장사무실로 먼저 출근해 송장, 자재 리스트 등을 챙겨 나가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이메일, 게시판 열람, 전자결제 시스템 등이 바로 가능하기 때문에 따로 자재 인수에 필요한 서류를 챙길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에서 도착한 자재와 도착하지 않은 자재를 체크리스트로 확인하면서 공사현장에 넘길 수 있도록 바로 분류한다. 리스트에 체크를 하면 전자도면상에 저절로 컬러링이 돼 공유된다.

고대리는 도면 읽기가 어려워 엄두도 못 냈던 일인데 이제는 분류와 동시에 현장 근무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로 바로 제공된다. 수작업으로 송장을 처리하던 것도 스마트폰으로 리스트에 체크하면 구매부에 전달할 서류 항목에 자동으로 기재된다.

자재 인수를 끝내고 사무실에 들어와 전자도면을 보고 공사 진행 상황을 숙지한다. 현장에서 전자도면에 기재한 자재들에 대한 평가와 개선 아이디어 메모가 떴다. 이전에 비슷한 항목에 대한 메모 데이터들과 비교해 패턴을 찾아내 분석 정보로 정리, 저장된다. 이렇게 모이는 회사의 집단지성은 설계팀에서부터 구매팀까지 회사 직원이라면 누구나 검색해 활용할 수 있다.

메신저 등으로 작성자와 바로 연결해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주문한 자재들이 납품일자를 맞출 수 있는지 체크하던 중에 광주공장에서 모레 출발하기로 한 자재가 물류회사 문제로 납기를 맞추기 어렵겠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러나 고대리는 당황하지 않는다. 메시지 옆에 그날 자재 운송이 가능한 회사들 중 운송 가격과 시간이 최적인 한 곳을 선정돼 연락처가 함께 떴다. 2시. 예정돼 있던 내부 교육 시간이다. 서둘러 영상회의에 접속한다.

# 똑똑한 전력망으로 알뜰하고 편리하게

20대 직장인으로 독립해 사는 둘째 고미래씨는 아침에 커피를 마신 뒤 휴대폰으로 SBB(Smart Black Box)의 제어판을 호출한다. SBB는 집안의 모든 장치에서 소비되는 전력 양과 시간대별 요금을 한눈에 알려준다.

살짝 더웠지만 오전은 전기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에어컨 대신 선풍기로 만족해야만 했다. A씨는 최근 싱글들에게 인기 있는 `야간 · 주말 특별할인 요금`으로 전기 요금제를 바꿨다.

전기 요금제도 휴대폰처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전기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시간이면서 요금은 저렴한 야간 · 주말 할인 요금제를 선택한 것이다.

세탁기는 ㎾당 50원 미만으로 전기세가 저렴한 야간에만 돌게 하고, 에어컨도 온도를 무작정 낮춰 놓지 않고 ㎾당 100원을 초과하면 실내온도가 자동으로 높아지도록 SBB에 입력했다.

고씨는 얼마전까지 `전기 데이 트레이딩` 옵션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듯 전기를 골라 구매했다. 구매한 전기를 사용한 뒤 전날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되팔았다.

고씨가 다니는 회사는 전기가 24시간 끊임없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많다. 몇 년 전까지 공급되는 전력에 문제가 생겨 정전이 돼 기계 작동이 멈춰, 기업의 손실로 이어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나선 그런 걱정이 없어졌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업의 전력에 이상이 감지되면, 전기안전공사의 종합관제센터로 곧바로 보고되고, 기술진단팀이 출동해 정상화시킨다.

또 전기안전공사 종합관제센터 원격감지시스템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 정전과 같은 전기 사고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안전 예방도 되고 전기 절약에도 도움을 주는 스마트그리드 시스템 때문에 기업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고, 고씨의 월급에도 반영됐다.

# 잃어버린 아이도 스마트한 공공 안전망으로 찾아요

엄마 이단란씨는 최근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집 앞 놀이터에서 놀던 10살짜리 늦둥이 아들이 잠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사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놀란 마음에 백방을 찾아 돌아다녀 봤지만 아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최근 발생한 납치 성범죄 사건들이 머리를 스쳤다. 정신을 차리고, 실시간 범죄센터를 떠올렸다. 지능형 감시카메라로 범죄를 예방하고 과거 관련 기록을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한다고 했으니 아이를 찾는 것은 시간문제라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가까운 파출소로 달려가 아들의 실종사실을 알렸다. 파출소에서는 관련 기관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지능형 감시카메라 시스템으로 단란씨의 아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씨의 아들은 키 100㎝에 빨간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시스템에 키 100㎝ 빨간색, 남자 아이 등을 키워드로 넣고 마지막으로 있었던 놀이터 근처 1㎞ 근방을 중심으로 검색했다.

잠시 후 설정한 패턴에 맞는 것으로 판단되는 지역의 화면에 빨간색 불이 들어오며 검색이 되었고 자동 녹화를 하기 시작했다. 검색된 화면들 중 이씨는 아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씨의 아들은 근처 초등학교 앞 문구점 오락기에서 아이들이 오락하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지능형 감시카메라 시스템으로 아이가 집 앞 놀이터에서 초등학교 앞까지 간 경로도 확인됐다. 근처 순찰하던 경찰들에 연락이 취해졌고 아이는 안전하게 엄마에게 인도됐다.

# 주차에서 온도, 습도 조절까지

퇴근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선 아버지 고융합씨는 스마트폰으로 공용 주차구역의 몇 번 자리로 가라는 안내를 받는다.

주차를 마치자 막내 아들이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약간 열이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위치인식 시스템이 고씨의 스마트폰을 인식해 알린 것이다. 주차장에 들어설 때마다 집안 온도와 전력 등 정보는 항상 받지만 가끔 이렇게 특이 정보도 알아서 알려준다.

집에 들어서자 마자 아들이 자는 방으로 들어가 상태를 살폈다. 방 온도와 습도가 알맞게 설정돼 있다.

현재 진찰을 받을 수 있는 주변 병원 정보가 TV모니터에 떴지만 괜찮아 보인다. 이달 아파트 관리비가 스마트폰으로 고지됐다. 스마터빌딩으로 리모델링하기 이전에 비하면 아주 적은 비용이다. 온도에서부터 습도, 강수, 입주상황, 조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기능화해 햇빛이나 바람 등 외부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불필요한 냉난방이나 조명의 낭비를 없앤다.

또 이런 정보를 빌딩을 이용하는 사람과 외부 환경에 상호연결해 가능한 모든 수준의 시스템에서 건물이 신속하게 지각하게 함으로써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끼고 반응하는 건물에서 산다.

# 나를 위한 맞춤 비서 서비스도 OK

휴일 아침 알람 소리에 놀란 셋째 고활용씨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약속시간에 맞춰 고씨가 부랴부랴 집을 나서자 스마트폰에서 알림 메시지가 깜빡인다.

고씨가 매일 이용하는 마을버스가 정류장에 근접했음을 알리는 버스 알림 사인이다.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근처에 친구가 있는지 검색해봤더니 벌써 백화점 매장 안에서 추석선물을 고르고 있다.

위치인식기술이 진화하면서 이제 실내에서도 스마트폰만 지니면 현재 위치를 파악해 머무는 장소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단말기에 입력한 개인 성향에 따라 꼭 필요한 정보만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스팸 정보로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없어졌다.

쇼핑을 하면서 점원을 찾을 필요없이 해당 물건에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세부 정보를 보고 바로 결재할 수 있다.

평소 자주 찾는 매장 앞을 지나가면 고씨의 취향에 맞는 신제품 광고가 화면에 올라온다. 쇼핑에 열중하느라 슬슬 배가 고파진 고씨가 스마트폰을 열자 쇼핑몰 내 식당 정보와 함께 오늘의 메뉴가 화면에 뜬다.

마음에 드는 메뉴를 골라 식당 위치를 클릭했더니 이벤트 쿠폰이 전송됐다.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씨는 복잡한 도시인들에게 위치인식기술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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