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고의 R&D 단지 `판교TV`를 가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만남의 광장을 지나 잠시 달리다 보면 왼편에 병풍처럼 둘러친 빌딩 숲이 얼굴을 내민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판교벤처밸리다. 총 7개동으로 구성돼 세븐벤처밸리로 명명된 이 건물은 입주사가 모두 이전을 마친 상태라 신축 건물임에도 활기가 넘쳐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던 판교테크노밸리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7일, 완공된 건물이 곳곳에 보이고 공사 중인 건물도 많이 눈에 띄었다. 세븐벤처밸리 2동에 입주한 나우콤의 문용식 사장은 “직원들 출퇴근을 위해 4개 노선의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등 아직은 교통문제를 비롯해 인프라가 조금 불편한 점이 있지만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서울에서 이전해 왔는데 사무실 임대비용을 절감하고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하지만 판교테크노밸리는 계약을 해지하는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조성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급기야 경기도는 6일 김문수 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입주사 간담회를 열고 전매 제한 규정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44개 필지 중 5개 완공, 13개 공사중=판교테크노밸리는 총 44개 필지 45만5000㎡ 규모다. 초청연구용지 6필지, 일반연구용지 26필지, 연구지원용지 6필지, 주차장 6필지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공급계약을 맺은 부지는 초청연구용지 4필지와 일반연구용지 26필지, 연구지원용지 6필지, 주자장용지 2필지 등 총 38개 필지다. 하지만 일반연구용지 4필지와 연구지원용지 1필지, 주자장용지 1필지가 계약해지돼 현재 일반연구용지 4필지와 주차장용지 5필지, 연구지원용지 1필지 등 총 10필지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초청연구용지 2필지에는 글로벌R&D센터를 짓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 · 판교벤처밸리컨소시엄 · 삼성테크윈 · 유라코퍼레이션 · SK케미칼 5개사는 이미 준공했고, 이노밸리 · 한국바이오협회 · 넥슨 · 미래비아이 · SK텔레시스 · 시공테크 · 엠텍비젼 · 안철수연구소컨소시엄 · LIG넥스원 · 판교에듀파크 · 유스페이스 · 판교SD2 · 삼환컨소시엄 13개 사업자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착공 기업 가운데는 연내 11개, 내년에 3개 업체가 착공할 예정이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가 걸림돌=경기도와 각 사업자는 지난 2007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업체는 사세 확장을 고려, 부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크게 변했다. 호히려 사세가 줄면서 입주공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금에 대한 금융 부담이 커졌고, 일부 기업은 아예 도산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계약 조건에 따라 공급받은 부지를 마음대로 매각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 같은 상황은 컨소시엄 사업자를 사면초가의 상태로 내몰았고, 결국 계약해지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이에 입주 기업은 끊임없이 전매 및 지분제한을 줄이고, 임대 및 분양 등을 가능하게 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최근 경기도가 전매제한을 푸는 조치를 내놓은 배경이다.

◇컨소시엄 비 참여사도 입주 가능=컨소시엄 내부 기업 간 지분변동 제한 폐지 및 전매제한 규제 완화로 당초 컨소시엄 참여사만 입주할 수 있던 판교테크노밸리에 비 회원사도 입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경기도는 이와 함께 그동안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착공을 늦춰 오거나 벌과금을 물 처지에 놓인 입주 기업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후석 경기도 과학기술과장은 “미공급 필지 및 계약을 해제한 필지에 대해서는 용지 재공급을 준비하고 있다”며 “판교테크노밸리에는 향후 총 294개 기업이 입주, 10만명에 가까운 인력이 활동하는 국내 최고의 첨단 R&D단지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

판교=김순기 기자 soonk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