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한국, 21세기 아시아 문화콘텐츠 지형도의 주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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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의 추천으로 `20세기 문화지형도`란 책을 읽었다. 문화지형도란 지난 100년간의 동시대 문화라고 불리는 문화현상과 문화이론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이해하기 쉽게 밑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네트워크사업에 참여하면서, 또 미래 · 문화산업최고위과정을 6년간 운영하면서 꼭 필요했던 정리가 한 권의 요약서로 내 손에 들어왔다.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는 서로의 아름다운 현재 얼굴만 바라볼 뿐, 2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서로의 중년 모습을 그려보려면 상대방 부모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동시대 문화를 탄생시킨 지난 20세기 문화현상을 살펴보는 것이 21세기 콘텐츠 파워로 급속한 변화와 문화전쟁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는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로드맵이 되리라 생각됐다.

지난 8월 초 인도네시아 최대의 바틱산지인 프칼롱안시를 방문했다. 바틱은 이 지역 고유의 섬유와 염색방법을 말한다. 최근 프칼롱안의 바틱박물관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됨에 따라 많은 관광객이 방문했고, 이로 인해 작은 도시는 활기에 차 있었다.

이 지역 텔레센터는 바틱체험관광 및 e비즈니스에 관한 정보를 연결하는 것과 우리나라 제주시 홈페이지를 참고해 리뉴얼한 프칼롱안시의 홈페이지를 소개하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IT 인프라 조성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깜풍바틱협의체에서는 바틱산업에 종사하는 제조와 유통업자 30~40명이 함께 모여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이후 집중되는 세계인들의 관심에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할 것인지 참여하며 토론했다. 프칼롱안시 관광국장은 “한국은 어떻게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가. 바틱 염색으로 인해 까맣게 오염된 하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갚와 같은 대답하기 어려운 비전문적인 질문도 쏟아냈다. 늦은 밤까지 간담회를 통해 한국과의 실질적인 교류와 지원을 원하고 경제적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열망을 읽을 수 있었다.

2억의 인구와 2000만명의 도시 자카르타, 풍부한 자원과 오랜 전통과 문화를 가진 인도네시아는 우리에게 매력적인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소극적이지만 예의바르며 자존심이 강한 그들과 진정성 있는 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350년 동안 네덜란드의 오랜 식민지 생활을 거쳐 근대화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인도네시아인이 갖는 문화의 복합성과 양면성, 모방과 부정성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그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여러 체험사례에서 느끼게 됐다.

`문화지형도`에 소개된 인도의 심리학자이며 문화평론가인 애시스 난디(1937~)에 의하면 식민지를 겪은 아시아인들에게는 반드시 침략과 희생의 사이에서 혼선을 빚으며 갈등해온 외부에 대한 적개심과 저항을 절충할 수 있는 문화와 언어를 찾아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에서 재해석을 시도하고 새로운 시각과 서로의 연합을 도모해야 한다. 그의 연구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마음이다.

하루가 다르게 세계화 시대를 몸으로 체험하는 지금, 우리나라는 베트남 · 태국 · 말레이시아 · 대만 · 인도네시아 등에서 문화콘텐츠, IT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활발히 수행함으로써 한국이 21세기 아시아 문화콘텐츠 지형도의 주역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은령 숙명여대 미래문화산업 CEO과정 주임교수 alice@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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