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인재 확보 `총성 없는 전쟁`

중소 부품업계에 외국 전문가 영입 붐이 일고 있다. 우리 기업은 일본과 미국 등 해외 권위자를, 중국과 대만기업들은 한국인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품 · 소재 선진국의 기술과 공정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다.

최근 휴대폰 카메라 부품업체인 A사는 지난해 일본 부품업체에서 은퇴한 T씨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했다. T씨는 일본에서도 카메라 부품 분야 명인으로 꼽히며 A사에 개발 및 공정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A사는 T씨를 영입한 이후 1년 사이에 미세공정, 센서 부문 등에서 품질이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A사 고위 관계자는 “고령으로 회사에 자주 출근하지는 않지만 기술은 물론이고 개발자의 자세 부문에서 배울 점이 굉장히 많다”면서 “처음에는 비싼 돈을 들여 외국인 기술자를 영입하는 데 부정적이었던 직원들도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안테나업체에서 소재 전문업체로 거듭난 B사는 해외 학계 권위자를 영입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B사는 미국 유명 대학에서 페라이트 소재 관련 전문가인 D 교수를 2년 전 기술자문 및 연구개발 파트너로 영입했다. 소재 세미나에서 D 교수를 처음 만난 B사 사장은 수차례 공동 연구개발 제의를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핵심 소재 개발에 제대로 투자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B사 사장은 미국으로 직접 건너가 자료를 제시하는 등 `삼고초려`했고, 열정과 노력에 감동한 D 교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B사는 최근 페라이트 소재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D 교수는 지금도 B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 3월 청색LED의 아버지로 불리는 나카무라 슈지 교수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서울반도체는 나카무라 교수 영입으로 향후 방향 설정은 물론이고 원천기술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인 인재를 영입하려는 차이완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자본을 축적한 중국 부품업체들이 품질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품질관리에 익숙하면서도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한국인 기술자 영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휴대폰 카메라 부품업체인 서니옵틱스는 한국인 공장장을 영입해 제품 품질 및 수율이 대폭 향상됐다. 전자제품 전문 생산기업(EMS)인 폭스콘은 2년 전부터 삼성 · LG 출신 기술자를 꾸준히 영입 중이다. 중국의 8세대 LCD 생산법인인 CSOT는 전직 국내 LCD기업 부사장을 비롯해 20여명의 한국 엔지니어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선전에서 부품영업을 하는 업체 관계자는 “한국인 기술자를 영입해 품질을 개선한 중국 업체가 한국 업체를 위협하는 것은 이제 드문 사례가 아니다”면서 “인재 확보에는 국경이 없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핵심 인재 유출에 바짝 긴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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