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희롱 혐의를 감추기 위해 지출 내역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달 초 HP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마크 허드가 오라클에 새 둥지를 틀 모양이다.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마크 허드와 오라클이 입사 조건에 거의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가 마크 허드를 쫓아낸 HP의 선택을 “애플 이사회가 스티브 잡스를 해고한 이래로 가장 어리석은 결정”으로 폄훼했던 점에 비춰 이 같은 소문이 실현될 개연성이 커 보였다. 특히 올 초 오라클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한 뒤 HP와 컴퓨팅 하드웨어 시장을 두고 경쟁관계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마크 허드를 향한 오라클의 구애가 더욱 뜨거워진 것으로 풀이됐다.
HP에서 비용 절감에 수완을 발휘했던 마크 허드가 오라클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사업체계를 다시 짜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읽혔다. 덩치가 큰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지사(캠퍼스) 체계와 광대한 연구개발체계를 축소하는 적임자인 셈이다.
마크 허드가 오라클에 합류할 경우 기존 사장인 사프라 캣츠, 찰스 필립스 주니어 등과 삼두경영체제를 이룰 전망이다. 마크 허드는 2005년부터 HP에 재직하는 동안 매출을 800억달러에서 1150억달러로 늘렸다. 이에 힘입어 HP는 IBM를 제치고 세계 제1 IT업체가 됐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