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허무는 장애의 벽

“야구도 축구도 게임 속에선 맘껏 즐길 수 있어요.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도 늘 함께 놀 수 있고요.”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주동현군(17)은 소문난 야구선수다.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며 매 경기 호쾌한 홈런을 날리는 강타자다. 이른바 팀의 에이스이자 4번 타자다. 주군이 야구를 즐기는 곳은 실제 야구장이 아니다.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마구`가 주군에게는 꿈의 구장이다.

주동현군은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뇌성마비 때문에 생긴 장애다. 서 있기조차 힘든 주군은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한다. 주군이 즐기는 게임은 주로 스포츠게임이다. 마구마구뿐 아니라 축구게임 `피파온라인2`나 농구게임 `프리스타일` 등이다.

주동현군을 지도하는 남상권 삼육재활학교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게임에서 얻는 가장 큰 선물은 성취감”이라며 “스스로 무언가를 이뤘다는 느낌은 아이들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남 교사는 또 “심리적 성과와 함께 두뇌 회전이나 팔 운동 등 신체적 순기능도 게임을 통해 얻는다”고 덧붙였다.

주동현군은 작가가 꿈이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는 게 희망이다. 주군은 “게임에서 다양한 스포츠 상식을 얻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지식도 얻는다”고 밝혔다.

소가 먹은 물은 우유가 되고 뱀이 삼킨 물은 독이 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기성세대들에게는 게임이 아이들을 망치는 주범이지만 주동현군처럼 장애 학생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창이다.

비장애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관심과 대화가 있다면 게임은 온 가족이 즐기는 21세기형 콘텐츠다. 콘텐츠는 체험하지 않으면 그 가치를 알 수 없는 법이다.

한편 주군은 2일 `전국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에 출전했다. 3일까지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국립특수교육원, CJ인터넷이 힘을 모아 마련했다. 장애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1700여명이 참가한다.

박민선 삼육재활학교 교사는 “대회에 입상하면 대학 입학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고 해외 연수 특전까지 있어 장애학교 입장에선 참 고마운 행사”라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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