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을 잘하기 위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원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하나같이 국가와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목표 같지만, 정부, 한국전력, 발전사 등 전력산업 구조개편 주체들이 바라보는 지향점은 제각각이다. 자기 이익에 따라 목표가 다르고, 그래서 합일점을 찾기 힘들다.
지식경제부는 이에 대해 외부 연구용역을 맡겨 △누가 할 일인지 △어떤 목적으로 기관과 업무를 배치하고 운영할지 △어떤 범위까지 협력하고 경쟁하게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교통정리할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각자 생존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인 발전사끼리 구성해 운영할 `통합관리본부`다. 사실, 기존 경쟁체제로 둔다면서 그 위에 통합관리본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논리다.
정부가 정해 놓은 통합관리본부의 기능 가이드라인에 보면, 해외자원 개발의 불필요한 경쟁 방지가 들어가 있지만, 이는 현업에서는 `씨도 안 먹힐` 비현실적인 조문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발전사들의 경우 한전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한 사업에 달려들어 수주해 놓고 생색을 내기도 한다”며 “한전이 투자나 개발에 대해 일정 관리를 해온 상황에서도 그런데, 완전 경쟁 체제가 되면 이런 부실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정부는 유연탄 공동구매, 장기전용선 공동운영, 발전자재 공유 및 상호융통 등 흡사 발전사 통합 상황과 비슷한 역할을 통합관리본부 기능에 명시했다.
이는 이번 개편을 통해 효율이나 성과가 입증되지 않으면, 통합을 아니 한만 못했다는 역풍을 맞을 논리적 한계와 불씨를 안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 형국이다.
한전 또한 `원 캡코(One KEPCO)` 또는 `코리아 전력그룹`이라는 이룰 수 없는 꿈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정부가 올 연말까지 고시할 `한전과 발전회사 간 업무협력에 관한 지침`도 결국 한전에 대주주로서의 제한적 기능만을 남겨둔 채 발전사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정리될 것이 분명하다.
대신, 한전의 한층 높아진 대외 브랜드와 돌파력으로 해외에서 원자력과 자원개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한전 주도로 운영될 원전수출협의회는 사실상 이미 움직이고 있는 조직이다. 한전과 한전기술, 원자력연료를 비롯해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등 대표들이 정례적으로 자리를 갖는다. 한전은 김쌍수 사장이 대표로 나가고 민간에서는 주로 부회장이 참석한다. 사실 교과부의 원자력산업회의와 역할이 상충되고 새로운 협회를 만들자니 민간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에 따라 협의회 성격으로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전력산업 전문가는 “누가 보더라도 한전에는 이제 안에서 안주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뛰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라며 “한전이 전력산업 전체의 패러다임 변화와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고, 향후에라도 다시 한번 자기 목소리를 내려면 이번 개편 체제에 걸맞은 성과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호 · 유창선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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