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 LCD 가격 하락 심상찮다

소비위축에 곤두박질…"연말 수요회복 관건"

메모리 영업 담당 A부장은 하반기 들어 해외 출장이 잦아졌다. 바이어들이 재고를 이유로 물량을 줄이거나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A부장은 재고파악과 인하폭을 최소화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수출 회복을 이끌어온 D램 · LCD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더블 딥 가능성,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하반기 전 세계 PC 판매가 주춤하면서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치킨 게임에서 살아난 대만 D램 업계도 틈새시장 확보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생존을 모색 중이다.

31일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Gb DDR2 D램 스폿 가격은 31일 현재 1.99달러로 11개월 만에 2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주력 제품인 1Gb DDR3 D램 고정거래가는 이보다는 높은 2.34달러로 보름 전에 비해 무려 5.26% 하락했다. 1개월 만에 8.5%, 3개월 전에 비해 14% 가까이 하락했다. 세계 최대 CPU기업인 인텔도 지난 30일(현지시각) 올 3분기 PC 판매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면서 기존 목표 매출액을 112억~120억달러에서 108억~112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일반 소비자용 PC 수요가 저조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4분기에는 D램 가격이 30%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D램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일부 고객에게 D램 가격을 현재가보다 할인해주는 대신 일정 기간 구매량을 보장받는 `록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록인은 주로 D램 가격이 하락할 때 메모리 기업이 수요기업에, 상승할 때는 수요기업이 메모리 기업에 제안하는 영업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수세에 몰렸던 대만 기업의 반격도 시작됐다. 윈본드는 범용 D램 제품을 제외한 노어플래시 · 모바일D램 · GDDR · 특수D램 등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개선했다. 내년부터는 키몬다 기술을 기반으로 46나노 메모리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PCS는 연말까지 45나노 D램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범용 D램과 파운드리 사업, 플래시 메모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렉스칩은 엘피다의 설비를 활용해 범용 D램 사업에 집중하며, 내년 초에는 45나노 공정을 전면 전환한다. 프로모스는 올해 말까지 타이쭝 생산라인을 풀 가동 수준인 월 6만장 규모로 늘리면서 엘피다의 저집적 모바일 D램을 위탁 생산할 계획이다.

LCD 분야도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LED 패널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이 타격을 받았다. 디스플레이서치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40~42인치 120㎐ LED 패널의 평균 판매가격은 440달러로 이달 초(460달러)보다 무려 20달러(4.3%)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급의 CCFL 패널은 305달러에서 295달러로 3.2% 하락했다. 40~42인치 LED TV용 패널은 지난 3월 475달러에서 5개월 동안 15달러(3%)밖에 하락하지 않을 정도로 강세를 유지해왔다. LED 패널의 가격 하락은 중국과 유럽지역 수요 부진에 따라 삼성전자 · LG디스플레이 · CMI · AUO 등 주요 LCD 업체의 LED 패널 재고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만 업체를 비롯한 LG디스플레이 등이 9월에도 감산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LED 가격 하락도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대만의 주요 LCD 패널 업체들의 LED 패널 재고가 정상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어 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D램과 LCD의 가격 하락세는 연말 성수기 수요 회복 여부에 따라 단기전인지, 장기전인지 판가름날 것”으로 분석했다.

유형준 · 양종석 기자 hjyoo@etnews.co.kr



(단위:달러)

(자료:디스플레이서치)

(단위 달러)

(자료 D램 익스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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