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들어 유난히 대기업 상생협력 전략이 많이 소개됐다. 삼성, LG, 현대차그룹에 이어 지난주에는 포스코그룹까지 협력사와 상생을 위한 실천 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연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라고 지적한 데 이어 나온 상생 대책이라 개운치 않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개선의 여지를 남긴 것 같아 다행스럽긴 하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이 쏟아낸 지원 정책을 살펴보면 대부분 협력사 자금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협력사 지원을 위한 기금 및 펀드 조성과 혁신 협력사에 대한 인센티브 추가 제공 등이 상생협력 방안의 핵심이다.
사실 지난 10년간 발표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각종 상생협력 프로그램에는 항상 자금 지원 항목이 있었다. 물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제일 시급한 항목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매년 유행처럼 발표되는 상생 전략이나 프로그램이 온통 자금 지원 일색인 것은 너무 아쉽다. 상생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자금 지원이 상생의 전부는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내 일부 대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협업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협업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생산과 판매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소통의 이슈인 것이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갑`의 우월적 지위를 빙자한 횡포를 줄여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중소 협력사들에 필요한 것은 이런 동반자 의식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적절한 자금 지원이 결합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대기업이 선의로 협업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해도 중소 협력사들의 인프라가 워낙 뒤처지다 보니 이조차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들이 서로 동반자 관계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은 전 방위 상생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운영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이 오래 고착화돼 왔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들이 확산된다면,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동반적 협력 혹은 상생을 기업의 필수적인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게 될 테고, 이 과정에서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우리 산업의 생태계가 튼튼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 떠밀려 하는 것이든, 그동안 운영해 왔던 상생 프로그램의 성과를 확대하기 위한 체계적 전략에 의해 추진하는 것이든 상생협력이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다양하게 추진해 왔던 대기업의 협력사 협업시스템 구축 노력이 최근의 상생협력 프로그램과 좀 더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한 이유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