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특허 심사관들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특허 심사 업무를 처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특허행정 정보화 측면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제대식 특허청 정보기획국장은 특허청이 2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미국, 일본, 유럽(EPO) 중심의 3극 체제를 한국, 중국이 포함된 `IP5 특허청 체제`로 개편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과의 기저엔 세계 최초 인터넷 기반 특허출원시스템인 특허넷(KIPOnet)의 개통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와의 협력사업 등 그동안 특허청이 국내외에서 추진해 온 다양한 혁신 노력이 큰 힘이 됐다.
제 국장은 “지식재산권 분야에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것도 힘들지만 이를 유지해 나가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특허청 최고정보책임자(CIO)로서 제 국장이 헤쳐 나가야 할 도전사항이기도 하다.
◇특허넷 개통으로 국제사회 위상 높아져=현재 미국의 특허 관련 심사원은 6000명이지만 한국은 6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과 일본도 각각 5000명, 2000명에 이른다. 특허청이 이처럼 적은 인력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특허행정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한 정보화 투자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고, 국제사회에서 이런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특허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특허출원, 심사, 심판 등 특허행정 업무의 핵심 기반인 3세대 특허넷을 구축하는 일이다. 지난 1999년 구축된 1세대 특허넷은 세계 최초의 인터넷 기반 전자출원시스템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특허넷은 특허행정 업무의 전산화, 온라인 재택심사 구현을 통해 개통 이후 2006년까지 총 4837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 2005년 백업과 재택근무 체계를 도입하면서 365일 24시간 온라인 출원이 가능하도록 보안을 대폭 강화한 2세대 특허넷을 선보였다. 2세대 특허넷을 통한 온라인 출원율은 지난해 97.4%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72.1%, EPO의 49.0%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3세대 특허넷은 2012년 특허법조약(PLT) 등 국제 지식재산권 조약 가입에 대비해 특허법 · 상표법 · 디자인보호법 개정 시기에 맞춰 구축이 진행될 예정이다. 제 국장은 “초기 시스템을 계속해서 수정해 사용하다 보니 특허넷의 규모와 복잡성이 증가해 전체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했다”고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3세대 특허넷의 핵심은 편의성 극대화=3세대 특허넷은 사용자 친화적인 시스템 구축을 핵심 목표로 하고 있다. 출원인의 편의성을 높이고 신속한 출원을 위해 모바일, 이메일 등 출원 수단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기업이나 연구소가 원하는 고급 IP 정보를 제공해 기술개발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한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전용 홈페이지 등도 구축할 계획이다.
3세대 특허넷 구축에서 눈에 띄는 점은 터치와 전자메모 기술이 적용된 가상문서(Virtual-Paper) 업무시스템 활용이다. 터치 방식으로 스크린에서 직접 입력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심사 업무의 효율성과 심사 품질을 대폭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 중앙 정부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서버기반컴퓨팅(SBC) 기술을 전체 업무에 적용해 정보 보안을 강화하고 시스템 유지보수와 운영비용을 30% 이상 절감하겠다고 제 국장은 포부를 밝혔다. 자동으로 유사문서를 검색하는 지능형 검색시스템도 3세대 특허넷의 특징 중 하나다.
이 사업은 2012년 개통을 목표로 약 200억원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내년까지 출원과 심사 등 특허절차 업무와 직접 연관되는 메인 시스템의 구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특허청은 3세대 특허넷 구축 외에 글로벌 연계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도네시아에 특허넷을 수출하는 사업이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차관 3900만달러를 활용하는 이번 사업은 지난 2003년 한국과 인도 양국 특허청이 포괄적인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데 이어 2007년 인도네시아가 특허넷 도입을 결정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기술 전파와 글로벌 협력체계 수립=지난 4월엔 특허청의 정보화 기술과 표준, 법과 제도를 인도네시아에 전파하기 위한 기술협력 협약이 체결됐다. 현재는 다른 나라의 견제와 인도네이사의 정권 교체 등이 걸림돌이 돼 사업이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조만간 기술과 시스템 이전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특허청은 이외에도 국제특허출원접수시스템(PCT-ROAD)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PCT 출원은 한 번 출원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동시에 출원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제도다. 특허청은 이스라엘, 이집트, 말레이시아 등 28개국에 PCT-ROAD를 보급함으로써 국제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제 국장은 “특허넷에 신개념을 도입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 그리고 개발도상국에 특허넷을 수출하는 등 국제적 위상을 높여나가는 것이 CIO로서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제대식 국장은=1987년 철도청에 입사해 1989년 특허청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여 년간 특허 심사와 심판 업무를 담당해 왔다. 특히 전기 · 전자 및 통신 분야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심사정책과장과 통신심사과장을 역임했다. 2007년 정보통신심사국장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특허청 정보기획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