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대한민국에는 돈 많이 벌어 욕을 먹는 슬픈 `대기업`이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이어 원가를 절감하고 수익을 극대화시켰더니, 휘청거리는 경제와 정권을 `외화벌이`로 구해냈더니, 왜 돈을 그렇게 많이 쌓아두고 풀지 않냐며 화를 낸다.
얼마나 부를 축적했기에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을까. 기업 성적표를 뽑아보자. 올해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25개 기업으로 사상 최대다. 연간 15조~20조원 이익을 노리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포스코는 5조원대를, 현대자동차와 하이닉스, 현대중공업은 3조원대를, LG디스플레이와 SK텔레콤, KT, LG화학 등은 2조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두고도 이들은 혼이 났다. 잔칫상을 함께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코스닥 전체 분기 순익이 4조원이며, 삼성전자 하나의 기업 순익이 5조원을 넘었다는 게 이유였다. 청와대와 정부 공무원들이 `열공`했던 스티브 잡스도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중소기업과 상생하지 않았다`며 미국에서 `인민재판`을 받고 있지는 않을까.
애플도 경이적인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각) 3분기 실적발표에서 157억달러 매출에 32억500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61%, 순익은 78% 증가한 수치다. 분기 수익률은 39.1%나 된다. 40%를 육박하는 수익률이다. 제조업에서 40% 수익률은 `봉이 김선달` 수준이다. 하지만 애플의 잡스는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준 구국 영웅이다.
대기업들이 투자를 안한다는 증거로 제시됐던 현금성 자산(대차대조표상 현금및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을 비교하면 어떨까. 애플은 7월 현재 전분기보다 41억달러(4조8000억원, 달러당 1181원 환율 기준)나 늘어난 458억달러(54조원)의 현금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투자를 안한다고 욕을 한 삼성전자의 현금자산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5조5000억원이다. 애플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해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조8400억원이다. 직원을 뽑지 않는다고 혼이 났던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9900억원에 불과하다. 유가증권 시장 12월 결산법인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기업들의 현금 자산을 모두 합쳐야 애플보다 조금 많은 84조732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보다 매출이 작은 일본의 소니는 올 3월 말 현재 1조1916억엔(약 16조원), 독일 지멘스도 지난해 9월 말 현재 101억5900만유로(15조7000억원)을 갖고 있다.
기업이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돈은 중소기업 현금성 결제에 활용되며,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남겼다고, 적절한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시켰다고 욕을 해서는 안된다. MB가 우려했던 것처럼 반기업 정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서민의 체감경기를 기업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다. 해법은 `비즈니스 프랜들리`에 있다. 기업인이 존경받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포퓰리즘보다 중요하다.
김상용 취재총괄부국장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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